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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여명] 사상 초유의 강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김민형 바이오IT부 부장

방심한 틈 파고든 코로나 3차 대유행

역학조사·의료인프라마저 뒤흔들어

백신·치료제 개발 속도 내고 있지만

성능 확신 전까진 개인 방어가 최선

마음은 모으되 몸은 멀리 떨어져야





1597년 9월 충무공 이순신은 조선 수군을 우수영(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으로 옮기고 국운을 건 일전을 준비한다. 울돌목의 지형과 조류를 매일 점검하며 치밀하게 반격을 준비했다. 앞선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은 궤멸한 터였다. 고작 12척의 전선만 살아남았다. 왜군은 10배가 넘는 133척의 전선으로 조선 수군을 압박했다. 병사들은 겁에 질렸다. 승리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탈영병이 나왔고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충무공은 그런 병사들에게 이렇게 명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을 것이다(團生散死).” 마침내 그날. 병사들은 죽을 각오로 함께 뭉쳐 싸워 10배가 넘는 적을 물리쳤다. 임진왜란의 전세를 역전시킨 대승리였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은 명량해전이다.

400년이 넘게 흐른 2020년 우리는 또다시 무시무시한 적과 맞닥뜨리고 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느닷없이 등장한 새로운 적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너무나 강력하다. 조금만 틈을 보여도 기어코 비집고 들어와 진영을 헤집어놓는다.

‘K방역’ 성과 덕분에 전 세계로부터 부러움을 사던 우리나라도 최근 국민들의 경계 태세가 살짝 흔들리자 순식간에 ‘3차 대유행’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적의 공격 전술은 변화무쌍하다. 1차 대유행은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을 교두보 삼아, 2차 대유행은 광복절 집회를 계기로 확산했다. 두 차례 대유행에서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원인이 명확해 방어해야 할 곳도 확실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3차 공세는 확연히 다르다.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공격해오는 통에 속수무책이다. 건조한 겨울이 시작되면서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좋은 환경까지 조성됐다.

K방역의 핵심이었던 역학조사와 의료 인프라마저 흔들리고 있다. 역학조사는 감염경로를 파악해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는 지점에 미리 저지선을 구축해 더 큰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유행은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다 보니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이 뚫리기를 반복한다. 의료 인프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공격당한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장치다.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면 국민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최근 하루에 400~5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전국의 병상도 빠르게 동나고 있다. 자칫하면 가벼운 경증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위중한 환자가 되고, 위중한 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정부도 결국 지난 주말에 거리 두기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 확산 추세가 이어지면 2.5단계, 3단계 추가 격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이제 곧 대학수학능력시험(12월3일)이 치러진다. 확진 수험생들도 시험은 볼 수 있다. 앞서 중등 임용 시험에서 확진 수험생들은 시험 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아픈 채로 수능을 치른다면 분명 정상 컨디션이 아닐 것이다. 그에 따른 결과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코로나19 감염의 피해는 모두 개인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인류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며 절치부심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신무기가 개발되고 성능이 확인될 때까지는 방어가 최선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무기가 준비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유일한 대응 전략은 공격당하지 않는 것뿐이다. 서로의 접촉을 피하고 개인 방역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수세로 몰리는 전황 속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

충무공이 2020년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후손들을 만난다면 어떤 명을 전할까. “승리를 위해 당분간 정신은 단생산사(團生散死)하되 몸은 단사산생(團死散生)하라”가 아닐까. 마음은 하나로 모으되 몸은 흩어져야 산다.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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