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지원은 금융시장 전반에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실물의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당국은 팔 꺾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금융회사의 대출 만기를 내년 상반기까지 일괄 연장해놓았다. 다행히 기업들의 줄부도는 피했지만 자생력이 없는 곳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해 좀비 기업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한계 기업의 부실화율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30일 나온 ‘산업 활동 동향’에서 10월 소비 판매액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데서 나타나듯 전염병 확산 속에서 기업들이 활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 3차 재난 지원금이 지급돼도 생명이 다한 곳을 끝까지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부실기업 정리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한다. 금융사별로 여신 기업의 영업 상황과 재무 상태 등을 정밀 파악해 현금 흐름의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과감하게 구조 조정의 칼날을 대야 한다. 연명 치료를 이어가다가 급작스럽게 여신 회수에 나서면 더 큰 시스템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
구조 조정과 함께 해야 할 과제는 생존 능력이 있는 곳이 확실하게 살 수 있도록 방파제를 쌓아주는 일이다. 대출 만기분은 장기 분할로 상환할 수 있게 해 기업들의 자금 숨통을 터줘야 한다. 기업이 장사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일은 더욱 중요한 정부의 책무다. 소비를 촉진할 세제 인센티브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조치 등 내수 부양을 위한 총력전이 내년 상반기 경제 정책의 첫 번째 줄기가 돼야 한다. 코로나19가 천재지변이라 하더라도 백신과 나라 곳간에만 매달리는 천수답식 정책을 1년 넘게 이어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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