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고위공직자의 주식 관련 이해충돌 방지를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순직 공무원 유족에게 유족연금 지급을 제한하는 ‘공무원재해보상법 개정안’ 등 52개의 비 쟁점 법안이 상정됐다.
여당의 행보에 맞서 국민의힘 법사위원 일동은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는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가 없다면, 앞으로 윤 위원장과 백혜련 민주당 간사의 입맛대로 운영하는 선택적 법사위에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며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현역 판사, 판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집단 행동’을 주문하는 것이 여당이 주장해온 ‘검찰개혁’인지 여당 법사위원들은 소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여당의 한 법사위원이 국회 본관 4층 법사위 행정실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현역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 (현역 판사들이 어렵다면)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라도 들고 일어나줘야 한다. 섭외 좀 해달라’며 여론전을 준비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고 ‘법무부 사전교감’, ‘위법·부당한 압수수색’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법무부와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압수물품 목록 △실제 압수한 물품 목록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장의 총장 직무대행 보고 및 결재 여부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사흘째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후 6시까지 답변을 주지 않으면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무리수·헛발질·위법 압수수색’ 자인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는 ‘국가정보원(국정원)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민주당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고,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화상으로 참석한 최고위원회에서 “15개 입법과제를 말씀드린 바 있다. 전날 상임위원장에 전화해 진행 상황을 물어보고 부탁도 했다”며 “국정원법, 경찰청법 등 권력기관 개혁법이 잇달아 처리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당은 이에 맞춰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 내로 ‘미래입법과제’로 선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15개 법안도 강행 처리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정보위원들은 ‘대공수사권 이관’에 결사반대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하태경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는 퇴장 후 기자들과 만나 “끝까지 독소조항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민주당과 국정원이 계속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하 간사는 국정원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으로 경찰로 이관된 준수사권과 국정원 직무 범위에 ‘경제질서교란’에 대한 정보수집이 포함된 부분을 짚어냈다. 그는 “정보수집 방첩 대상에 ‘경제질서교란’ 조항이 있다. 부동산 시장 규칙 조항 등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기업, 민간인 사찰에 악용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하면 사실상 준수사권을 부여해 경찰이 비대화 되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경찰은 (이미) 국내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며 “경찰의 국내 정보 수집 권한과 수사권이 결합할 경우, 5공 시대의 치안본부를 설치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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