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태로 인한 검찰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이 대한 사실상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판사 사찰’을 빌미로 윤 총장을 해임하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공직 기강’을 강조하며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과 ‘권력기관 개혁’ 등을 함께 언급하면서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어수선한 여론을 의식한 듯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께서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반적인 공직 기강 확립 차원에서 나왔지만 ‘조직 이기주의’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추 장관 밑에서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마저 전체 검사들 편으로 돌아선 가운데 검찰의 뿌리 깊은 ‘검찰주의’ 문화에 문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도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조직적으로 저항한 검사들을 향해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사사로운 이익보다 공익을 앞세우라’는 ‘선공후사(先公後私)’란 사자성어로 검찰 조직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검란으로 불리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여러 번 있었는데, 검찰의 반성과 쇄신보다는 조직과 권력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행보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인식 또한 추 장관의 판단에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다만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권’은 있으나 ‘임면권’은 없는 만큼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끝난 뒤에야 문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면서 “모든 공직자, 모든 국정에 대해 하신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윤 총장이 제기한 직무 정지 집행명령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내놓을 권고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 결과에 따라 정국이 더욱 격랑 속으로 빨려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이번 주말께 문 대통령이 소폭의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정국 여건상 이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윤홍우·허세민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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