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야당 단독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접점 마련을 위해 추진한 미국 방문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방미단을 구성해 미국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찬을 갖는 등 전방위 외교를 펼친 데 반해 야당이 내세울 만한 외교 성과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독자 방미를 추진하는 안을 포기하고 초당적 방미단에 참여하는 것으로 방미 일정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는 “우리 국회 예산안 처리가 지난 적절한 시점에 독자적인 미국 방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이 독자적인 방미를 추진하기로 했던 것은 여당이 단독으로 미국을 방문한 데 대한 반발 측면이 컸다. 당내 외교안보특위는 민주당 한반도태스크포스(TF)가 독자적으로 5박 6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에서는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는 기조가 흔들린 적이 없는데 여당에서는 방미단을 별도로 구성해 가버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국민의힘이 중요시하는 한미 동맹 강화 등에 대한 당의 입장을 미국의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의 초당적 방미단이 이미 준비되고 있어 일정이 중복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회 외통위는 다음 달 14일 방미 일정을 위한 행정적인 준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진·김석기·정진석 의원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야당 국회의원들이 미국 의회나 행정부 인사와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데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차기 미국 행정부는 한국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한미 동맹 강화 등의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의회 외교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한반도TF를 구성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브래드 셔먼 하원 의원과 한국계인 앤디 김, 메릴린 스트클런드 의원을 만나 한반도 외교정책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26일에는 이해찬 전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왕 외교부장과 만찬을 갖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김석기 의원이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 외에 주요 외교 인사를 만나지 못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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