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이번엔 한국어로 된 곡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 1위에 등극했다. 62년 차트 역사상 한국어 노래의 1위는 사상 최초로, 비영어권 가사의 곡으로 대중성이 매우 중요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오른 건 엄청난 성과로 평가된다. 라디오 방송횟수는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팬덤의 힘이 작용하는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로 이를 돌파했다.
빌보드지는 30일(현지시간) 예고 기사를 통해 BTS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이 12월 5일자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로 ‘핫 샷’ 데뷔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처음 1위에 오른 이래 피처링으로 참여한 조시685와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이 10월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세 번째다. 빌보드지는 차트 역사상 비영어권 가사의 노래가 1위로 데뷔한 건 ‘라이프 고즈 온’이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같은 차트에서 ‘다이너마이트’도 3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발표한 스페셜 앨범 ‘BE’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는 특히 가사의 대부분이 한국어로 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다이너마이트’도 영어 곡이었다. 역대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비영어권 곡 8개 중 대부분은 라틴팝이다. 1987년 로스 로보스의 ‘라 밤바’, 1996년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 2017년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 등이 대표적이다. 라틴팝은 미국의 인구 구성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히스패닉계의 인기를 등에 업고 대중적으로도 친숙한 장르다. 아시아 뮤지션 중에선 1963년 일본 뮤지션 큐 사카모토의 ‘스키야키’가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반면 ‘라이프 고즈 온’은 전혀 대중적 기반이 없는 한국어 노래라 영어 가사가 대부분인 현지 시장에서 대중에 다가가기 쉽지 않다. 라디오 등 미디어에서 나오기 쉽지 않은데, 라디오 방송횟수 비중이 높은 빌보드 싱글차트 특성상 불리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2년 대히트에도 빌보드 핫100 2위만 두 달 가까이 한 것도 라디오 방송횟수 등에서 밀린 게 이유로 꼽힌다.
닐슨뮤직의 자세한 데이터를 봐도 ‘라이프 고즈 온’의 라디오 방송횟수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집계 기간 동안 41만명의 대중에게 노출됐는데, 2위곡인 24K골든과 이안 디올의 ‘무드’(Mood)는 8,730만명의 청취자에게 노출됐다. 이를 뒤집은 건 압도적인 음반·음원 판매량이다. ‘라이프 고즈 온’의 판매량은 15만 건(다운로드 12만9,000건, 실물 싱글 2만건)으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다. 미국 내 스트리밍 건수도 1,490만회로 스트리밍 차트 14위를 차지하며 힘을 보탰다.
결국 BTS의 이번 1위는 미국 내 팬층의 크기가 매우 커진 결과물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음반 및 음원 판매고는 팬덤의 충성도와 규모를 나타내는 척도로 평가된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BTS가 싱글차트에서 계속 올라가던 추세였고, ‘다이너마이트’라는 대중적인 곡으로 1위를 하면서 장벽을 뛰어넘은 것 같다”며 “팬뿐 아니라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자기 이름과 존재감을 알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빌보드는 또한 BTS가 최근 석 달 사이 세 곡을 잇따라 핫100 차트 1위에 올렸다고 전했다. 이는 비지스가 지난 1977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토요일 밤의 열기’ OST 수록곡 ‘How Deep Is Your love’, ‘Stayin’ Alive’, ‘Night Fever’로 잇따라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이래 최단기간 기록이다. 핫 샷 데뷔를 1년에 두 번 이상 한 그룹도 BTS가 유일하다. 또한 ‘BE’ 앨범도 12월 5일자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 1위에 진입한 바 있어, BTS는 빌보드의 메인 앨범·싱글 차트 정상에 나란히 데뷔하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한편 BTS는 트위터에 “역시나 언제나, 아미 여러분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멤버 지민은 다른 트위터 계정을 통해 “1위도 너무 감사한데 3위 안에 저희 곡이 두 개라니, 사랑해주시는 아미 여러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 좋은 앨범 들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