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2014년 이후 6년 만에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처리 시한인 2일에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정국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으로 급격히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원내 대표가 예산안을 합의한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9일까지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공수처법 처리를 예고한 반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청와대 앞에서 5일째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정지와 공수처법 저지를 외치며 1인 시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 대표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1일 비공개 회동을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2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야당이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 국채 발행 불가’를 이날 오전까지도 주장해온 가운데 여당이 뉴딜 예산의 일부를 삭감하는 대신 3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하면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았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예산안과 연동된 세입예산안 등을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해 ‘법정 시한 준수’ 의지를 밝히면서 여야가 모처럼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 대표는 여야 합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채 발행을 고려해도 1조 7,000억 원 수준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이후 여야의 대립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이 민생과 관련한 예산안을 양보한 뒤 여당이 강행 처리 의지를 밝힌 공수처법을 저지하겠다고 예고하면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이 제안한 3차 재난지원금을 여당이 수용한 상황에서 야당이 정기국회 끝까지 예산안을 반대하면 ‘발목 잡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공수처법은 당 소속 의원 모두가 반대하는 만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산 정국을 넘긴 여당은 공수처법 속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원 게시판에 “남은 정기국회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며 “공수처법 개정은 이번 주 법사위에서 처리해 정기국회 안에 매듭짓겠다”며 시간표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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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거센 저항을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까지 청와대 앞에서 윤 총장 직무 정지 사태와 공수처법 저지를 외치며 5일간의 1인 릴레이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인 시위 현장을 찾았다. 당내에서는 여당이 공수처를 밀어붙일 경우 초·중진 규탄 대회는 물론 국민의당과 연대한 장외 집회로 대여 투쟁을 확대할 명분을 확보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원 원내 수석 부대표는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만을 위한 국정 운영을 하면 국민적 심판,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사위는 야당의 반발로 파행된 가운데 여당은 야당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공수처법 개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논의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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