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한 지 벌써 3주가 지나가는데도 북한이 이례적으로 침묵만 지키고 있다.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이 핵 협상 기회를 놓칠까 봐 대단히 걱정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북한은 1일 기준으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 매체들은 물론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대외선전용 매체들을 통해서도 미국 대선과 관련한 보도를 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 시간으로 지난 8일 당선을 사실상 확정한 점을 고려하면 벌써 3주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지난 30일 정치국 확대회의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최근 경제운영 전반 실태를 비판하고 내년 1월로 예정된 제8차 당대회 준비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전부였다. 국가정보원이 국회정보위원회에 최근 보고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활동이나 대응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미국 대선 결과에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무언의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0월10일 당 창건일에서 밝혔듯 핵과 미사일을 선제적으로 쓰지 않는 대신 자위적 목적으로는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바이든 행정부 전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기싸움’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8월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 이후로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태 의원은 이에 대해 “북한은 체제 유지을 위해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조성하거나 대미 비난 기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데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노동신문에서는 ‘미국’이라는 글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금 김정은은 바이든 당선인의 심기를 선제적으로 불편하게 해 핵 협상 기회를 놓칠까봐 대단히 걱정하는 것 같고 김정은이 대미 관계에서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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