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예멘에서 주유원으로 일했던 디루바이 암바니가 1958년 고국 인도로 돌아왔을 때 스물여섯 살이었다. 한동안 방황하던 그는 주유원 시절 꿈꿨던 ‘(다국적 정유 업체) 셀 같은 거대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포부 아래 1966년 ‘릴라이언스 커머셜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2019 회계연도 기준 연 매출 100조 원이 넘는 인도 최대 그룹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출발이다. 무역업으로 시작한 릴라이언스는 2년 뒤 섬유 산업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를 발판으로 석유화학 등으로 몸집을 불려 나가 1990년대에는 당시 인도 최대 기업인 타타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2002년 디루바이가 중풍으로 쓰러지자 장남 무케시와 차남 아닐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다행히 어머니의 중재로 사태가 수습되면서 재도약했다. 특히 회장을 맡은 무케시는 정보기술(IT)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2016년 9월 통신 업체인 지오인포컴, 지난해 11월 전자 상거래 회사인 지오플랫폼을 설립하면서 그룹 간판을 석유에서 IT로 바꿨다.
현재 릴라이언스는 인도 최대 석유·통신·유통 업체를 거느리고 있으며 최대 주주는 42%의 지분을 가진 무케시 회장이다. 릴라이언스는 세계 2위 인구 대국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이어서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다. 지오플랫폼에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40억~50억 달러씩 투자했다. 2018년 12월 치러진 무케시 회장의 딸 결혼식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계·경제계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무케시 가족이 살고 있는 인도 뭄바이의 안틸리아 타워는 27층 건물로 관리 직원만 600여 명인 초호화 주택이다. 가격이 10억 달러를 호가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꼽힌다. 무케시 회장 등 암바니 가문이 아시아 부자 가문 중 1위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보유재산이 760억 달러(약 84조 원)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도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발 빠르게 투자한 디지털 자회사의 성장 덕분에 암바니 가문의 재산은 되레 불었다고 한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인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