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지어지는 시대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옥도 마찬가지로 시대적인 요구 사항, 도시 밀도 등 현재 상황에 적합하게 변화돼야 합니다.”
호원재(護元齋)의 건축가이자 건축주인 김완(사진) 스튜디오원 건축도시연구소 대표건축사는 건축가로 일하면서 생긴 ‘한국 건축에 대한 막연한 갈증’이 한옥 건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다양한 연구에 참가하면서 한옥의 현대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옥을 직접 지어서 살아보면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한옥을 짓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품에는 ‘한옥의 현대화’라는 건축가의 다양한 고민이 들어 있다. 김 대표는 우선 사회적으로 ‘한옥’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간 ‘한옥’이라고 하면 기와, 노출된 목구조, 길게 뻗은 처마 선과 같은 양식화된 외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한옥에 대해 ‘고유한 삶의 방식’을 담는 공간의 특성, 정신적 가치, 사회적 기능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분석과 고찰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한옥을 주택의 범주에서 볼지, 양식적 측면으로 볼지에 따라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다”며 “그동안 상실된 전통문화에 대한 갈증 해소 방안으로 다수의 한옥이 지어졌는데 앞으로는 한옥을 사회적으로 검증해 기존 한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당국의 제도 및 시각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현재 한옥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한옥의 신축 및 유지·보수 비용이 일반 건축에 비해 과하다는 것”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한옥 건축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음에도 한옥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비용을 절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 방법으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한옥 공사 면적의 비율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면적은 현대건축으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일상의 공간은 합리적인 비용의 현대건축으로 하되 한국적 정서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한옥으로 조성한다면 전체적인 공사 비용을 줄이면서도 한옥을 대중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옥이라는 특정 양식에 얽매이기보다 한국적 기후와 주변 환경에 적합한 목조건축 양식 개발에 투자하는 방안 또한 제시했다. 그는 “한옥의 외형 및 재료에 대한 기준이 유연해진다면 공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며 “또한 목구조는 친환경적 구조인 만큼 정책을 통해 목구조 건설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한옥 건축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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