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 승인이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의료계 종사자와 요양 시설 거주자·직원 등 2,000만 명 이상에게 가장 먼저 접종될 것으로 보인다. 승인 후 3주 내에 모든 미국 의료인들에게 접종되고 내년 6월까지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원한다면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BC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의료인 등이 먼저 접종받는 내용의 권고안을 찬성 13대 반대 1로 의결했다.
미국 내 의료 종사자는 약 2,1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요양원과 장기 요양 시설 거주자는 300만 명에 달한다. WP는 백신이 승인된 초기에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병원의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의료 종사자들의 역할을 고려해 최우선순위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요양 시설 거주자·직원의 경우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우선순위에 올랐다.
WP는 이 권고안이 로버트 레드필드 CDC 소장에게 보내지고 레드필드 소장은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 장관에게 통보할 것이라며 “권고안이 승인될 경우 미국 내 백신 접종에 대한 CDC의 공식 권고안이 돼 주 정부에 지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CDC의 국립 면역 및 호흡기 질환 센터 소장인 낸시 메소니에이 박사는 대부분 지역에서 모든 의료 종사자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데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위원회는 추후 열릴 회의에서 필수 업종 종사자와 고령자 등을 위한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날 미국과 캐나다 내 130만 명의 식품·소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현재까지 수천 명의 종사자가 사망했다며 식료품점과 도축장, 식품 가공 분야 종사자들이 우선순위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이달 중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 2종의 긴급 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관료들은 올해 말까지 화이자와 모데나의 백신 생산량이 약 4,000만 회분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회 접종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2,0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백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접종 순위에 대한 논란은 차차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코로나19 백신 개발단의 수석 고문인 몬세프 슬라우이는 모든 미국 국민이 접종할 수 있을 정도의 백신이 내년 6월까지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순까지 대부분의 미국인이 접종하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백신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서 지금의 망설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백신 접종으로 “미국은 내년 하반기에 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