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558조 규모의 20201년도 예산안에 반대표를 제출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출신의 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1대 국회에서 첫 반대표”라며 “제 한 표가 아직은 매우 미약하여 큰 물결을 바꾸지 못하지만, 언젠가 새롭고 깊은 전환의 물길이 났을 때 그 시작이 여기였다고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통과된 예산은 3차 재난지원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예산이 추가되면서 지난 9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7조5,000억원이 늘고, 5조3,000억원 깎였다. 즉, 2조2,000억원이 순 증액해 558조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올해 본예산 보다 8.9% 증가했고, 4번의 추경 액수를 합한 554조 7,000원보다도 3조 원 더 많은 규모다.
조 대표는 “내년 예산은 양극화 해소에 너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본예산에 추가예산을 4차례나 집행했지만,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줄어들었다. 반면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나서 계층 간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을 총괄기관으로 하는 예산 수백억원을 포함해 정부 주도 경제의 전형인 ‘기업보조금’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반면, 얼어붙은 수요를 살리기 위한 개인과 가계에 대한 보조금은 너무도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형 뉴딜 예산에서도 양극화 해소는 주변으로 밀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 검토 방식에도 쓴소리를 날렸다. 조 대표는 “산자위 예산검토 과정에서 양당 간사 협의라는 이유로 소위원회 12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예산이 수백억 원이나 바뀌었다”며 “민주주의는, 그리고 국회는 ‘절차와 과정’의 기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예산 검토에서 소수존중의 원칙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선별 지급되는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전국민지급방식의 소득분배 효과와 내수진작효과가 훨씬 좋았다”며 “복지를 저소득층에만 집중할수록 소득 재분배와 빈곤 완화 효과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오히려 보편적 복지를 실행한 국가들에서 재분배 효과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규모나 방식에서 마지못해 찔끔찔끔, 그것도 선별지급 하다 보면 결국엔 재정안정성도 잃고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내수진작도 실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