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인식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 2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예금은행의 비법인 기업(자영업자) 대출은 3·4분기 말 387조 9,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직원을 내보낸 것도 모자라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다. 법원 파산자도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나랏빚을 또 늘려가면서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의 어깨를 수차례나 두드려줬지만 정책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홍 부총리가 ‘전세 퇴거 위로금’으로 희화화되더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가 “서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말장난”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이 만든 화려한 수치의 원고에 빠지지 말고 냉엄한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출 기업이 환율 급락에 비명을 지르지는 않는지, 한국판 뉴딜이 과거 정책의 재탕·삼탕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차기 정부에 성장 능력이 고갈된 빈 곳간을 물려주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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