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 만에 펴낸 단편 소설집이다. 이야기들 속에서 일인칭 주인공 ‘나’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비현실적인 매개체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작품을 읽다 보면 학생 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야구를 좋아하며 재즈와 클래식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온 작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자전적 에세이 같은 담담한 이야기들을 통해 하루키는 내면의 세계를 모험하는 다양한 여정을 보여주고,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양가의 감정을 동시에 선사한다.
하루키는 일인칭 단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일인칭 단수란 세계의 한 조각을 도려낸 홑눈이다. 그러나 그 단면이 늘어날수록 홑눈은 한없이 서로 얽힌 겹눈이 된다. 그곳에서 나는 이미 내가 아니고 당신도 더 이상 당신이 아니게 된다.’
표제작 ‘일인칭 단수’를 비롯해 ‘돌베개에’, ‘위드 더 비틀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등 8편의 단편을 통해 하루키 월드의 덤덤한 맛을 만나볼 수 있다. 1만 4,5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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