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는 1789년 출범과 동시에 빚을 떠안았다. 13개 주는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르면서 비용을 댔고 이 과정에서 얻은 빚은 결국 연방 정부로 넘어갔다. 연방 정부가 고안한 국가 부채 해결책은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 농부들은 남은 곡식으로 위스키를 만들었다. 마마·호환보다 무서운 게 세금이다. 멀쩡한 위스키에 세금을 매기겠다니 좋아할 사람이 없었다. 특히 애팔래치아산맥 서부에 있던 사람들의 반발은 거셌다. 곡식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곳은 동부였다. 서부 사람들은 그러잖아도 수확한 곡식을 마차에 싣고 산맥을 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더욱 위스키 제조에 열을 올렸는데 세금을 내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세율 차별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갤런당 대형 주류 생산 업자는 6센트, 주로 농부들인 소규모 생산 업자는 9센트였다. 서부 농부들은 들고일어났다.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세금 징수원을 위협하고 총격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1791년 시작한 조세 저항은 1794년 절정에 달했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1만 명이 넘는 민병대를 조직하고 스스로 사령관이 돼 폭동을 진압했다. 짧은 미국 역사에서 첫 반란이었다. ‘위스키 반란’이다. 많은 사람이 체포되고 일부는 반역죄 혐의로 기소 위기에 처했다. 워싱턴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사면령을 내렸다. 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을 면해주는 이른바 선제적 사면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자신과 트럼프 가족들을 대상으로 선제적 사면을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경질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만일 선제적 사면에다 가족과 측근들을 챙기는 ‘셀프 사면’까지 겹치면 논란이 증폭될 것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물러나는 정권은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덮거나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 사면권 남용을 방치하면 권력 비리 재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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