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수능이 끝나도 놀러 갈 데도 없고, 숨 돌릴 틈이 없네요.”
2021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만난 고3 수험생 이효정(19) 양은 수능이 끝나는 게 그리 달갑기만 하진 않다고 푸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능 일정이 예년보다 2주나 미뤄지면서 수능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대학별 수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친구들과 모처럼 ‘수능 뒤풀이’를 하려고 해도 노래방과 PC방 등 학생들이 즐겨 찾던 다중 이용 시설 출입이 어려워진 탓에 막상 갈 곳이 사라졌다. 학생뿐 아니라 수능 이후 억눌린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 학교 인근 상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PC방과 노래방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수능이 끝나더라도 예년처럼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한노래연습장업협회 서울지부의 한 관계자는 “노래방 입장 인원이 ‘4㎡(1.21평)당 1명’으로 제한되면서 사실상 한방에 1~2명만 입장할 수 있다”며 “친구들과 여럿이 노래방을 찾는 학생들의 성향상 발길이 뚝 끊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초중고생의 PC방과 노래방 출입을 전면 금지한 부산광역시는 사정이 더 안 좋다. 부산 서구의 PC방 업주 최 모 씨는 “부산시의 방침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들로 북적였던 테마파크들도 올해는 예년과 같은 수능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영업을 잠정 중단한 서울의 한 스파업체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더라도 곧바로 영업을 재개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고생한 수험생들이 마음에 걸리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영업을 재개해도 예년처럼 무료 입장 이벤트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유명 놀이동산 관계자도 “수능이 끝난 후에도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현장 행사는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올해 수험생 이벤트는 할인 행사 정도로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쉬움 섞인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험생 입시 커뮤니티 ‘수만휘’에는 ‘수능이 끝나면 영화 보고 노래방에 가며 스트레스 풀 시간만 기다렸는데 속상하다’ ‘친구들과 관광지로 놀러 가는 건 다 포기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편 경찰은 오는 10일까지 코로나19 예방과 청소년 탈선을 막기 위해 청소년 선도 및 보호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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