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원이나 그 가족의 미국 방문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원이나 직계 가족이 취득할 수 있는 미국 방문비자인 B1·B2 비자의 유효기간 상한을 기존 10년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이들 비자는 상용(B-1) 또는 관광이나 의학적 치료 목적(B-2)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발급된다.
지금까지는 중국 공산당원도 다른 중국인과 마찬가지로 방문비자를 얻으면 최대 10년까지 미국에 체류할 수 있었지만, 이 기간이 한 달로 줄었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는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인 영향력”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무부는 전날 이 규정을 내놓았으며 즉시 발효됐다. 국무부는 이들이 방문비자를 통해 입국할 수 있는 횟수도 1회로 제한했다. 새 지침에 따라 중국인이 비자를 신청하면 미 정부 당국자들은 신청서와 인터뷰 등을 통해 이들의 공산당 가입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됐다고 관련 소식통들은 NYT에 설명했다.
현재 중국 내 공산당원은 9,20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이번 조처로 약 2억7,000만 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내 고위급 인사 외 일반 당원은 가입 여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NYT는 설명했다. AP도 공산당원 가운데 다수는 소속 기관에서 적극적인 공적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가 어떻게 시행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조처로 특히 타격을 입는 건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나 재계 지도자들이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새 지침은 중국 공산당의 악영향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규제, 법적 조처의 일부”라면서 “미국은 수십 년간 중국 공산당이 우리의 제도와 산업에 제한 없이 접근하도록 허가했지만 중국은 미국인들에게 똑같은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간 트럼프 정부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비자 제한 조처를 여러 차례 단행해왔다. 지난 9월에는 중국 군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1,000여 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취소했고, 7월엔 중국 신장 지역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이 지역 공산당 간부 3명과 이들 가족의 미국 입국 자격을 박탈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내 중국 언론인들의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NYT는 “중국은 자국 지도층을 겨냥한 이번 지침에 분노할 것”이라면서 “수년간 전개돼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기술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조치와 이어지는 중국의 보복은 내년 1월 집권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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