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터테인먼트 워너 브라더스가 내년 배급하는 영화 전체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같은 날 개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폭넓게 이뤄져도 영화관보다는 스트리밍 쪽에 무게를 싣는다는 얘기다. 향후 장기적 영화 관람 패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너 브라더스는 내년에 ‘수어사이드 스쿼드’, ‘매트릭스 4’, ‘고질라 대 킹콩’, ‘듄’ 등 영화 17편을 극장에 거는 당일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인 HBO맥스에서도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워너 브라더스는 이에 앞서 ‘원더우먼 1984’를 이번 크리스마스에 영화관과 HBO맥스에서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다.
워너 브라더스의 이런 방침은 우선 코로나19에 따른 극장 관람객 급감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워너 브라더스는 장기적으로 극장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즐기는 쪽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올해 전체 영화를 이 같은 방식으로 개봉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는 통상 극장 개봉 후 90일이 지나서야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대형 영화관들은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워너 브라더스 발표 이후 AMC 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크의 주가는 각각 16%, 22% 폭락했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 엔터테인먼트의 애덤 애론 최고경영자(CEO)는 “워너 브라더스가 HBO맥스에 자금을 주기 위해 스튜디오 분야, 제작 파트너, 영화 제작자 등의 수익을 상당 부분 희생시키려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3위 극장 체인인 시네마크도 워너브라더스가 이에 관해 미리 설명하지 않았다며 영화 일부를 상영하지 않을 수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월 가입비 15달러(1만6천원)인 HBO맥스는 상당히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HBO맥스는 워너 브라더스가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올해 정식으로 운영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다.
워너 브라더스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몇달 안에 시작하더라도 내년 가을까지 영화관 운영이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한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워너 브라더스의 최고경영자(CEO) 제이슨 킬라는 뉴욕타임스에 “코로나19가 내년 여름에 극적으로 사라진다고 해도 한 해 동안 새로운 배급 모델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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