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사는 백과사전처럼 모든 법을 외우고 있다. 변호사들 말에 따르면 그는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진술하는 시간도 정확히 시간을 재면서 제한한다. 똑똑한 판사기 때문에 질문도 많이 하지 않는다. 재판에 절대 지각해선 안 될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연방판사 데이비드 도티 판사에 대한 변호사들의 세평을 정리해놓은 부분 중 일부다. 도티 판사에 대한 세평은 일곱 문단이 적혀있을 정도로 세세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7일 기자단에게 이와 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판사의 정보가 외국에서는 소송을 위해 사람들에게 팔릴 정도”라며 “이런 내용에 비하면 (법무부가 윤 총장이 판사를 사찰했다는) 판사 문건에 적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규모 법률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인 ‘웨스트로(Westlaw)’는 도티 판사를 비롯해 연방 판사 100여명의 세평을 담은 자료를 출판했다. 자료 이름은 ‘연방 판사 연감(Almanac of the Federal Judiciary)’이다. 연방 판사 연감은 윤 총장이 의혹을 받고 있는 판사 문건과 비슷한 구조지만 더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출신, 학력, 병역사항, 경력사항, 정치활동, 상훈관계, 저서, 주요 판결사례, 언론보도사항, 그리고 법조인 세평이 있다.
도티 판사의 ‘주목할 만한 판결’ 항목을 보면 “1992년 도티 판사는 미식축구리그 경영진과 선수들 간의 분쟁에서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경영진 방침을 위법하다고 보고 선수들 손을 들어줬다”고 적혀 있다. 정치 활동의 경우에도 “미네소타주 연방의원 웨인 포프함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설명돼있다. 윤 총장의 판사 문건에 진보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활동 이력이나 과거 주요판결의 내용을 분석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이완규 변호사의 주장대로 웨스트로의 자료는 법조인들이 구매해서 활용하고 있다. 웨스트로는 유료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로스쿨 학생들은 1학년 때 웨스트로 활용법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아이비리그’ 예일대 로스쿨은 웨스트로와 또 다른 주요 법률 데이터베이스인 렉시스넥시스에 대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판사들의 생각에 대해 인사이트가 생길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데이터베이스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국내 미국변호사들도 웨스트로에 대해 말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법률저널’ 기고를 통해 “로스쿨 1학년 때 처음 사용법을 배우게 된 데이터베이스”라며 “로스쿨 졸업 후 현업에 종사하며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주로 사용하는지는 그 데이터베이스에 얼마나 익숙한지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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