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에는 2,000명만 계셨지만 응원 소리는 2만 명보다 더 컸던 것 같아요.”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 ‘원더 골’로 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복귀를 이끈 손흥민은 ‘직관(직접 관전)’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7일(한국 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북런던 라이벌전’으로 열린 아스널과의 EPL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폭발하며 2 대 0 완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볼 점유율에서 30% 대 70%로 열세였던 데다 슈팅 수에서도 6 대 11로 밀렸지만 10년 만의 EPL 아스널전 연승이라는 뿌듯한 기록을 썼다. 그만큼 손흥민의 골 결정력이 빛난 한 판이었다. 원톱 해리 케인을 받치는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13분에 케인의 패스를 받아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 결승 골을 터뜨렸다. 유로파 리그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이다. 왼쪽 측면으로 빠져 들어가는 동료에게 수비가 몰린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절묘한 오른발 감아 차기로 골망을 갈랐다. 이날은 토트넘이 9개월 만에 ‘유관중’ 경기를 치른 날이었다. 관중은 2,000명으로 제한됐지만 팬들의 환호는 어느 때보다 컸고 손흥민은 귀에 손을 갖다 대는 세리머니로 팬들의 흥을 돋웠다.
이 득점으로 손흥민은 5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이어갔다. EPL 10호이자 시즌 전체로는 13번째 득점이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EPL 득점 선두 도미닉 캘버트루인(11골·에버턴)을 다시 1골 차로 압박했다. 캘버트루인은 27개의 슈팅으로 11골을 만들었는데 손흥민은 단 17개의 슈팅으로 10골을 넣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뽐내고 있다.
손흥민의 ‘황금 오른발’은 전반 추가 시간에 다시 한 번 빛났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수비진과 상대하다 왼쪽으로 들어가는 케인에게 오른발로 슬쩍 내줬고 케인은 강력한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때리는 추가 골을 뽑았다. 손흥민의 EPL 3호, 시즌 6호 도움으로 케인은 북런던 더비 역대 최다 득점자(11골)로 이름을 올렸다. 케인은 “손흥민의 어시스트가 아주 좋았다. 그와 나는 전성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둘은 EPL에서만 통산 31골을 합작해 이 부문 역대 2위에 올라있다.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디디에 드로그바, 프랭크 램퍼드의 36골에 5골 차로 접근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손흥민은 “오늘은 겸손할 수가 없겠다”면서도 “운 좋은 골이었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BBC 축구 전문가 가스 크룩은 “마법과 같은 골이다. 지금의 토트넘은 예전에 봤던 토트넘과 다른 팀”이라고 극찬했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도 “두 월드 클래스 공격수(손흥민·케인)가 팀이 필요로 할 때 골을 책임져 줬다”며 손흥민의 득점 장면에 대해서는 “내 아들이 내 뒤에서 보고 있었는데 ‘오’ 하면서 깜짝 놀라더라. 아마 내 표정도 그랬을 것이다. ‘미친’ 골이었다”고 했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승점 24(7승 3무 1패)가 돼 EPL 선두에 복귀했다. 승점이 같은 리버풀을 골 득실에서 앞섰고 선두였던 첼시를 3위(승점 22)로 밀어냈다. 토트넘은 오는 11일 앤트워프(벨기에)와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17일에는 리버풀과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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