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으로 초래된 논란을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인정하며 사과한 데 대해 “뒤늦은 사과일 뿐만 아니라 진정성도 없다”고 8일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방적으로 추 장관이 위법을 거듭하며 권력 수사하는 것을 무력화하고 수사 칼날을 거두기 위해 하는 그 짓을 두둔하면서 지켜봐 왔던 대통령이 뒤늦게 인제 와서 죄송하다고 얘기하는 게 도대체 민심을 제대로 알고 하는 이야기냐”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참여연대,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학교수회 이런 단체들 모두 추 장관이 잘못됐다고 경질하라고 요구하고, 전국 검사의 99%가 또 법원이, 감찰위원회가 모두 잘못됐다고 하는데 이것을 방치하면서 절차적 공정성을 얘기하는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에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며 자신이 임명한 인사들의 내분에 대한 통치권자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나아가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야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고 제게도, 국민들에게도 몇 차례 얘기한 대통령이 인제 와서 견제와 균형을 위해 공수처 출범을 희망한다”며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여당은 최종합의가 결렬되는 대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할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 만들어서 자신들을 향한 사건들을 빼앗아 가고 수사 중단시키면 퇴임 이후가 안전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배우고 지금이라도 잘못된 게 있으면 밝히고 처벌받을 일은 처벌받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정당인 줄 알았더니 한낱 부끄러움은 알고 있는 듯하다”며 “(전날 법사위에서) 정회하고 고개 숙이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심지어 속기록에 넣지 말라고도 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안건조정위에 야당 몫 3인 중에서 한 사람을 열린민당 최강욱 의원을 지명했다. 최 의원이 야당이냐”며 “최 의원은 국회법에서 금지하는 이해충돌 당사자로서 법사위에 올 수도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공수처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의 의결을 막기 위해 쟁점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여야 동수 총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안건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에서 백혜련 법사위 간사와 박범계 의원, 김용민 의원 3명이 참여하고, 비교섭 단체 위원으로 열린민주당의 최 의원이 합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간사인 김도읍 의원과 유상범 의원 2명이 참여하는 만큼 표결에서 밀리는 구조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일단 (여당이)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끝까지 공수처법이나 15개 법(미래입법과제)을 강행할 것”이라며 “그 무도함을 끝내 막아내지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막아내고 이 법들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고, 문 정권과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 한지 알리기 위해 무슨 절차든 포기하지 않고 들어가서 따지고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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