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에서 4,400만 명 분량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위한 협상을 일찍 시작하고도 이제야 계약을 체결하자 미국, 영국 등에 비해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려고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 도입하기로 한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등 4개사 제품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은 항원 유전자 일부를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넣어 만든 ‘전달체(벡터) 백신’이고, 화이자와 모더나는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활용해 개발된 ‘핵산 백신’이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비싼 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도즈(1회 접종분)당 공급 가격이 약 3∼5달러(약 3,000∼5,500원)다. 화이자는 19.5달러(약 2만 1,500원), 모더나는 15∼25달러(약 1만 6,500∼2만 7,500원) 정도다. 세 백신 모두 2회 접종이 필요하다.
애초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TF)’을 구성한 건 지난 6월,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선구매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 건 7월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되기도 전이었다. 정부는 ‘쉽게’ 선구매하려고 했다면 그때 계약을 맺었을 거라며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백신을 ‘선구매’하는 것인 만큼 위험 요인도 있다. 계약상 부작용 면책 조건이 포함된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을 면책해달라는 요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 공통이다. 다만 임상시험 등 허가 자료와 다른 성분으로 백신을 만들어 공급해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향후 코로나19 백신으로 부작용 발생 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대응할 수 있게 관련 절차를 준비할 방침이다. 만약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최종적으로 실패할 경우 일부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부는 아직 개별기업에는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국제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코박스 퍼실러티(COVAX Facility)에만 선급금을 집행했다.
정부가 신중한 검토 끝에 도입한 코로나19 백신인 만큼 품목허가 심사는 신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에 선구매한 백신은 내년 1분기(2∼3월)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이 일정에 맞춰 심사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미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등의 신속한 허가를 위해 허가전담심사팀을 구성하고 사전심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코로나19 백신은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므로 40일 이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백신은 허가와 별개로 유통 전 마지막 품질을 확인하는 국가검정인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품목허가와 국가출하승인 모두 접종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에 들여오는 4개사 외에도 추가로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번엔 도입되지 않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역시 개발 현황과 국내 유행 상황 등에 따라 추가로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 노바백스는 항원 단백질 일부를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합성항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항간에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과 관련해서 정부는 “계약 검토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내에선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이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이외에 미국의 바이오 기업 ‘이노비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역시 국제백신연구소의 주도 하에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