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및 유죄 판결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직(職)을 건 것과 관련, 야권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말이 너무 가볍다”고 김 위원장을 향해 또다시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근혜 비대위’ 때도 걸핏하면 사퇴 논란을 일으킨 게 어디 한 두번이냐”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탄핵 당시 민주당 의석에 앉았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해 바른정당에 있었다”고 상황을 짚고 “두 사람이 우리 당으로 들어와 탄핵의 공동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리해 사과한다는 건 상식에도, 정치 도리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한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굴종의 길”이라고 강조한 뒤 “이는 문재인 정권 출범의 정당성 인정과 4년간의 폭정을 받아들이자는 굴종과 다름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김 위원장을 향한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아울러 홍 의원은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치 보복 수사에 불과하다”면서 “사과 대상이 아니라 해원(解寃) 대상”이라고도 적었다.
그는 이어서 “1980년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사형 판결을 받고 한신의 굴욕을 참으며 재기했고,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23일 목숨을 건 단식으로 신군부의 압제를 벗어난 일이 있었다”고 썼다.
더불어 홍 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 문제는 우리가 YS식으로 돌파해야지, DJ식도 아닌 굴종의 길을 선택한다는 건 또 다른 2중대 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한 뒤 “향후 대선에서 공격자료도 소실할 뿐 아니라 되레 민주당 재집권의 정당성만 부여하는 이적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과 관련,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도 못하면 비대위가 있을 이유가 있느냐”고 언급해 당 차원의 사과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주호영 원내 대표 등 상당수 의원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내홍을 겪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사과 반대에 대해 “그래도 해야 할 일”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는 30·40대, 중도·진보층의 마음을 사기 위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처음에 (비대위원장으로) 오셨을 때 (사과를) 하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우리 당이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느냐는 그런 의견도 있다”고 재고를 요청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김 위원장의 사과가 두 전직 대통령의 기반인 대구·경북(TK) 지역의 민심 이반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안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국회 통과 4주년을 맞는 9일 공식 사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할 테니까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강행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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