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 사위 키릴 샤말로프가 거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의 탐사보도 매체 아이스토리스(iStories) 보도를 인용해 사업가인 샤말로프가 2013년 푸틴 대통령의 둘째 딸로 알려진 카테리나 티코노바와 결혼한 지 몇 개월만에 단돈 100달러(약 10만 8,500원)에 러시아 최대 석유화학회사 시부르의 모기업 주식 3억 8,000만 달러(약 4,120억 원) 어치를 받았다고 7일(현지시간) 전했다.
샤말로프는 티코노바와 결혼했다가 수년 뒤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의 결혼 생활과 이혼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어서다.
아이스토리스는 국제 독립 탐사매체 컨소시엄인 ‘조직범죄와 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와 함께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러시아 대통령 일가에 관한 이메일을 입수해 탐사취재에 나섰다.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샤말로프가 이처럼 헐값에 막대한 주식을 인수하는데는 역외회사가 이용됐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그것은 간단했다. 푸틴의 딸과 결혼하고 3억8,000만 달러를 선물로 받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샤말로프와 티코노바는 또 결혼 뒤 푸틴 대통령 주거지 인근 부동산을 사들였고, 카펫과 일본 서적을 사는데 5만 5,000 파운드(약 8,000만 원)를 쓰기도 했다.
해킹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가족, 친구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고 아이스토리스는 전했다. 이에 대해 시부르 측은 가디언에 보낸 이메일에서 샤말로프가 경영진을 위한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샀다고 주장하면서도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부르 측은 또 “당시 주식 거래는 일반적인 조건에서 이뤄졌으며, 샤말로프를 위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전직 체조선수 알리나 카바예바가 러시아 최대 언론사인 ‘내셔널 미디어 그룹’ 회장으로서 연봉 7억 8,500만루블(약 114억 9,000만 원)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이 같은 보도들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런 소문들은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을 때가 많다”고 일축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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