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참담한 날치기 입법 사기로 대표되는 법치주의·의회주의·민주주의 파괴의 정점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이 사태를 유발한 원인과 최고 책임자는 문재인 대통령으로 확신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바란다는 오더에 따라 착착 군사작전처럼 진행될 뿐만 아니라 무리하게 안하무인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 많아서”라고 주장했다.
전날 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해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을 위한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3%룰’을 담은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각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배후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청와대 8개 부처가 관여했다. 그걸 움직일 사람은 비서실장으로 대통령밖에 없다”며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사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비서관이 부하를 겁박하는데 ‘너 죽을래’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하니 막기 위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동원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사팀을 해체하고, 압박하고, 잘라내려고 한다”며 “그것도 안심이 안 돼서 공수처를 만들어서 사건들을 빼앗아오려고 한다”고 외쳤다.
그는 “조금 전에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며 “야당 원내대표가 요구하는 면담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늘 협치를 말하고 상생을 말했다”며 “언제든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고 누차 말씀해오셨기 때문”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한편, 성일종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민주당이 날치기를 뛰어넘어 사기까지 서슴지 않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당은 전날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정의당의 찬성표를 통해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을 가결했지만, 곧바로 이를 백지화하는 수정안도 같이 정무위 전체회의에 올렸다. 결국,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민주당의 수정안으로 최종 의결됐다.
성 간사는 “이제는 정의당까지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여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고 생각하고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배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안건위에선 전속고발권 폐지로 통과됐는데, 상임위에선 전속고발권 유지로 통과됐다”며 “과연 더불어민주당이 얘기하는 공정경제3법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도 “날치기는 봤어도 입법 사기는 처음 경험한다”며 “가벼운 눈이 쌓이면 나뭇가지가 부러진다. 분노가 축적돼 (국민들이) 독재 정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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