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들을 깎는 도구로 운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운은 그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 같은 것이다. (…) 운은 여러 형태의 기회로 찾아오는 것이고 사실 운은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어쨌든 운이 찾아오고, 또 운이 떠날 때, 자신의 순수한 실력, 혹은 지속성으로 올려놓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드물다. 즉, 운만 좋아서 잘되는 사람은 없다. 운은 ‘슈퍼마리오’ 게임에서 가끔 득템하는 ‘별’일 뿐이다. 자신을 무적 상태로 잠시 만들어준 후에, 다른 사람을 축복하러 떠나는 별이 바로 운이다. 자주 오고 간다. 그리고 올 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스윙스 ‘히트’, 2020년 필름 출판사 펴냄)
래퍼 스윙스는 자신의 인생과 업을 작품으로 완성해 끝내 ‘히트’시키고야 마는 자들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그가 활자로 쓴 랩은 힙합 음악 중 귀를 사로잡는 후렴구인 ‘훅’처럼 마음에 꽂힌다. 사람들은 흔히 내가 동의할 수 없는 큰 성공을 거머쥔 자를 ‘운도 좋다’고 폄하하고 싶어한다. 저런 별 볼 일 없는 자들이 내 운을 강탈했기에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것이라 생각하면 후련하고 안심도 된다. 하지만 그뿐이다. 나의 시대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나는 계속 텅 비어 있다.
진실은, 운이란 어느 날 예고 없이 하늘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비와 같다는 것이다. 투덜거리기만 하는 자는 결코 그 운을 맞지 못한다. 그러나 때로는 이해할 수 없고 설득할 수도 없는 이 불가피한 세상에서, 그럼에도 끝내 움직이고 일하고 단련한 사람들은, 운이 비처럼 내리는 날 미리 준비해둔 자기만의 유일한 우산을 펼치고 세상을 활보한다. 스윙스는 이 책에서 ‘태도가 곧 토대’라는 말도 남겼다. 토대를 갖춘 자에게 어느 날 운은 시원한 소나기처럼 내려 온 삶을 적실 것이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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