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기증한 손창근 선생을 청와대로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환담을 나눴다. 세한도는 전문 화가가 아닌 선비가 그린 조선 후기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손 선생과 자녀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 내외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차량과 담당 선임행정관을 보내 손 선생이 이동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는 한편 차량이 도착하는 장소에 직접 마중을 나가 환영하며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이날 환담회는 지난 8일 문화재청이 주관한 ‘2020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에서 손 선생이 금관 문화훈장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금관 문화훈장이 수여된 것은 문화유산 정부포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손 선생은 지난 2018년,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추사 김정희의 걸작인 ‘세한도’를 비롯해 총 30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개성 출신 사업가였던 부친 고(故) 손세기 선생은 지난 1974년 서강대학교에 200점을 기증했다. 전문가들은 세한도에 대해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가치를 지닌 것’을 뜻하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평가하고 있다.
손 선생의 아들 손성규 교수는 이날 “세한도가 1844년 세상에 나왔다. 지금까지 세한도 176년 역사 중 저희 가족이 50년 동안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의 품으로 다시 되돌려 드리는 일을 아버지가 잘 매듭지어 주셨다. 기쁘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이에 대해 “일반 가정집에서 옛그림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게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훌륭하게 남겨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답했다. 김 여사는 손 선생 가족에게 귀한 뜻을 잊지 않겠다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장무상망(長毋相忘)’ 글귀를 비단천에 자수로 새긴 선물 등을 전달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세한도 오른쪽 하단에 찍힌 붉은 인장 글씨인 ‘장무상망’은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를 이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조건없이 국민의 품으로 기증한 모습은 우리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다”며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한 “기나긴 겨울을 꿋꿋이 이겨낸 세한도 속 소나무와 손창근님의 문화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세한도 이미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세한도와 대를 이은 문화유산 보존·기부에 얽힌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이번에 기증된 세한도를 비롯한 문화재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시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8일까지 휴관한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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