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지만 지금도 그림 그리고 공부하는 게 마냥 좋기만 해요.”
한글도 제대로 모르던 할머니들이 문해 교육을 받은 후 동화책과 그림책 작가로 변신해 화제다.
9일 전북 완주군에 따르면 ‘진달래학교’ 학생인 할머니들은 최근 직접 쓰고 그린 동화책 ‘칠십고개’와 그림책 ‘살아온 새월 중 가장 행복하지’를 출판했다.
‘칠십고개’에는 진달래학교 삼례 지역 심화반 어르신 5명이 참여해 ‘구렁이의 원한’ ‘호랑이와 여우의 금강산 주인 다툼’ ‘천 냥 내기 수수께끼’ ‘끝없는 이야기’ ‘용왕의 딸과 소금 장수’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역 동화 작가와 함께 전래 동화를 각색하고 삽화를 그려 완성했으며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실어 정감을 살렸다.
또 그림책 ‘살아온 새월 중 가장 행복하지’는 이 학교 삼례·비봉·고산 지역 34명의 할머니가 참여했다. 책 제목 중 ‘세월’을 ‘새월’로 잘못 표기하기는 했지만 할머니들이 직접 썼다는 의미에서 고치지 않고 원문 그대로 뒀다고 한다. 여기에는 한평생 고달팠던 자신들의 삶, 애지중지한 자식, 웃음꽃 피는 동네, 이루고 싶은 소박한 꿈 등 진솔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어르신은 “글을 쓰는 몇 달간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가족이 무척이나 (출판을) 기대했는데 멋진 책이 나와 즐겁고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진달래학교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지역 어르신들에게 문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 노사와 완주군이 함께 운영하는 평생학습 지원 프로그램으로 각 읍면 사무소와 경로당에서 35개 반, 339명의 어르신이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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