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서 신분증 역할을 했던 공인인증서(공인전자서명제도)가 10일부터 폐지된다. 21년째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던 공인인증서 의무화 조항이 사라지면서 내년 연말정산을 시작으로 민간업체가 발급하는 금융인증서가 빠르게 자리잡을 전망이다.
9일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10일부터 정부가 공인인증서에 부여해온 독점적 지위가 사라진다. 현재 쓰이는 공인인증서는 인터넷에서 주민등록증과 인감 등을 대신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다. 은행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본인을 인증하려면 필수로 소지해야 했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1999년 등장해 21년 동안 쓰였다.
그간 공인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은 한국정보인증과 금융결제원 등 6개 인증기관만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기관의 독점적 권한 사라지고 앞으로 공인인증서와 민간업체에서 발급하는 전자서명 서비스는 모두 ‘공동인증서’가 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민간인증서 발급건수는 6,646만건으로 공인인증서 발급건수 4,676만을 훌쩍 넘어섰다.
앞으로는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도 카카오·패스·네이버·페이코·토스·뱅크사인 등 민간인증서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 대면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했던 방식도 바뀐다. PC나 휴대전화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인증서를 내려받을 수 있다.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더라도 현재 사용 중인 인증서는 유효기간까지 쓸 수 있다. 전면적인 폐지가 아닌 독점적인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공동인증서로 갱신하거나 민간인증서를 발급받으면 된다. PC에 액티브엑스나 방화벽·키보드보안 등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용자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로 내년 초 근로자의 연말정산에도 민간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현장실사 등을 통해 카카오·KB국민은행·NHN페이코·패스·한국정보인증 5곳이 제공 중인 민간인증서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말 이달 말 시범사업자를 선정한 뒤 내년부터 연말정산에 민간인증서를 활용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인한 변화를 국민이 조기에 체감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홈택스·정부24·국민신문고 등 주요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민간인증서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전자서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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