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가요계 공연 풍경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공연 피크 시즌인 연말에 불거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콘서트는 줄줄이 취소되고 시상식, 연말 공연마저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다.
연말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던 가수 나훈아, 백지영, 거미, 노을 등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인해 일정을 취소했다. 매해 콘서트를 진행했던 나훈아는 올해도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대구에서 연말 콘서트를 할 예정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예매까지 진행했던 부산·서울 공연을 취소해야만 했다. 이외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로 일정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요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빅히트 레이블즈 합동 공연 또한 부득이하게 오프라인 공연이 취소됐다. 빅히트 레이블즈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뉴이스트, 세븐틴, 여자친구 등이 참여하는 ‘2021 NEW YEAR’S EVE LIVE presented by Weverse’는 오는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됨에 따라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만 진행하기로 했다.
가요 시상식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지난 5일 치러진 ‘2020 MMA(멜론뮤직어워드)’는 사전녹화를 적극 활용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수 이찬원과 밀접 접촉자인 임영웅, 영탁 등이 시상식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앞서 녹화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주목받은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여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는 축제 분위기를 재현하기는 어려웠지만 코로나19 시국에 알맞은 방법이었다는 분석이다.
6일 열린 ‘2020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는 공연은 사전 녹화하고 시상 무대는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출연진은 리프트로 등장하며 동선이 겹치는 것을 최소화하고, 마이크와 트로피를 소독하는 진행 요원을 따로 뒀다. 수상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장해 소감을 전했다.
이같은 방역 조치에도 논란이 뒤따랐다. 대다수의 가수들은 대기 공간을 제공받지 못하고 몇 시간이나 차량에서 대기해야 했고, 시상자로 온 배우들은 개인 대기실과 케이터링을 제공받았다는 것이 알려지며 차별 대우 의혹이 불거진 것. Mnet 측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100명 이하로 상주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배우들은 리허설을 하고 동선 체크를 해야 해서 대기 공간이 필요했다. (가수들에게) 차량에서 대기해야 하는 것이 열악한 환경이라 미리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공중파 3사 연말 가요 공연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올해 SBS·KBS·MBC는 무관중과 비대면을 원칙으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대부분 일부 무대를 사전녹화하고 생방송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 무대에 모든 가수들이 오르는 모습이 연출되진 않겠지만, 공연을 위해 많은 가수들이 대거 집결하면서 안전성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25일 개최 예정인 SBS ‘2020 가요대전’의 경우, 대구에서 치러진다고 알려져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SBS는 지난 3월 대구에서 ‘슈퍼콘서트’를 열 계획이었지만, 당시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행사를 연기했다. 그러면서 ‘슈퍼콘서트’가 ‘가요대전’이 됐고, 방탄소년단의 출연이 결정되자 일각에서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공연을 추진하지 말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다.
최근 가요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공연 진행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미 계획된 공연들이 또 다른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고,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이 걱정 없이 무대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무관중 비대면 원칙 이상의 대비책을 세워놔야 하는 실정이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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