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조사에서 “재판부 분석 자료를 일선 검찰청에 배포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게 법원 인사이동에 따른 새 재판부들의 재판 진행 스타일, 과거 주요 판례를 수집해 공판 지휘 용도로 쓰려고 했을 뿐 일선 검사들에게 나눠줘 사찰 용도로 쓰라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다. 손 담당관은 ‘판사 사찰 의혹’이 제기된 ‘재판부 분석 자료’ 작성을 지휘한 인물이다. 판사 사찰 의혹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면서 검사징계위원회 증인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이정화 검사는 지난달 24일 오후 5시 20분께 손 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는 “손 담당관에게 판사 문건과 관련해 확인 전화하라”는 박은정 감찰담당관 지시에 따른 것이다. 해당 문건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누구의 지시에 따라 또 왜 작성했는지 등 배경·과정을 묻는 내용이었다.
손 담당관은 이 검사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 지시는 당시 법원 인사로 주요 재판부가 바뀐 데에 따라 새 재판부의 재판 진행 스타일과 주요 판례를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자는 것이었다”며 “세평을 수집하라거나 해당 문건을 일선 검찰청에 배포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주요 공판 지휘를 위한 차원이지 판사 세평을 수집해 악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언행이 부드럽다’거나 ‘검사나 변호인 말을 끊지 않는다’는 등 판사 문건에 들어간 ‘재판 스타일’ 내용은 윤 총장 지시에 따라 담았으나,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논란이 된 다른 세평은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이 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법무부 측 대리인 이옥형 변호사가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기자들에게 “윤 총장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며 세평 포함 문건 내용 전체가 윤 총장의 지시였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과는 다르다.
아울러 손 담당관이 일선 검찰청 배포하라는 윤 총장 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한 데 따라 이날 열리는 징계위 심의 과정에서도 양측 사이 격론이 예상된다. 손 담당관 진술은 윤 총장 측 주장과는 맥을 같이 한다. 반면 심재철 검찰국장이 “일선 공판 검사에게도 배포하라는 총장 지시도 있었다는 전달을 받고 일선 공판검사에 사찰문건을 배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했다고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다.
또 손 담당관 진술을 받았는지를 두고 류혁 감찰관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사이에서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도 징계위 과정에서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박 담당관은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감찰위원들에게 “손 담당관의 진술을 확보한 후 징계청구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류혁 감찰관은 같은 자리에서 “오후 2시에 윤 총장 징계청구를 결정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오후 5시 박 담당관으로부터 손 담당관에게 전화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손 담당관과의 통화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하려 했는데, 보고 전에 박 담당관이 징계청구를 결정했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손 담당관 진술이 확보되지 않은 채 징계 결정이 났다는 것이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