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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세이] 터틀맨을 '다시 한번' 꼭 보고 싶었습니다





2013년 겨울 뮤지컬 ‘디셈버’의 첫 공연날, 2막이 시작됨과 함께 살아있는 김광석이 무대에 등장했다.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그가 주인공 김준수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고 노래 부르던 모습은 작품의 내용과 넘버 모두 기억나지 않을 만큼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있다.

20대의 초입부터 60대까지 삶의 굵직한 궤적마다 박인 그의 노랫말에 담긴 감정처럼 사랑도 해보고 군대도 다녀왔다. 대학로에 집까지 얻어 극장가를 정신없이 헤집고 다니던 시기, 그의 노래부르는 모습이 부조로 걸려있는 학전블루 소극장 앞을 지나갈 때면 가슴이 탁 막히며 그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9일 다시 만난 거북이를 보며 그때 그 감정이 불현듯 떠올랐다. 담담할 것 같았던 몸이 터틀맨(임성훈)이 등장하는 순간 덜덜 떨리기 시작해 손을 흔들며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애써 울먹임을 참고 노래하는 지이, 금비 두 멤버가 참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딱, 진짜 딱 한곡만 더 봤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했다.

추억이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7년, 거북이의 활동기간은 요즘 아이돌이 보통 소속사와 처음 계약을 맺는 고작 7년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참 좋은 노래가 많았다. 오늘도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비행기’에 맞춰 율동을 하고, 거리를 지나다 그들의 노래가 들리면 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린다.

‘사계’, ‘왜이래’, ‘빙고’, ‘비행기’, ‘한동안 뜸했었지’ 돌아보면 거북이의 노래 대부분은 밝았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듣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당시 가수들 특히 아이돌에게는 당연하다 싶었던 귀를 때릴 듯한 사운드와 박력 있거나 섹시한 안무, 베일에 싸인 스타 콘셉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친근함으로 무장하고, 특히 모든 무대를 귀가 뻥 뚫리는 라이브로 소화하며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터틀맨이 떠나고 정말 한참이나 흘렀다. 온통 논밭이었던 동네가 기상천외한 미래도시로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동탄에 자리를 잡은 친구가 얼마 전 딸내미 어린이집 율동이라며 보내준 영상에는 ‘비행기’가 흐르는 가운데 조그만 아이들이 조그만 손발을 이랬다 저랬다 꼬물거리고 있었다.

음악의 권위는 누군가 불러줘야 유지된다고 믿는다. 거북이의 음악은 2000년대를 관통해 2020년에 다다른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살아있다. 이날 방송에서 펭수와 멤버들이 부른 ‘비행기’ ‘왜이래’ ‘빙고’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부른 가족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는 손뼉치고 엄마 아빠는 울고….

많은 스타들이 깜짝 등장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슈가맨’에 나와 ‘100불 중에 몇불?’하며 오랜만에 지난 기억을 끌어낸다. 거북이가 ‘슈가맨’에 출연한다면 생각해봤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듯 싶다. 이들의 음악은 오늘까지도 여전히 살아 숨쉬며 사람들 사이를 떠다니고 있으니. 터틀맨이 또 많이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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