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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수사 방패막이 역할 불 보듯...靑·巨與 견제 수단 사라져"

[공수처법 통과 -전문가 진단]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권력기관

정권 반대하는 사람들 입에 재갈 물리겠다는 의도

검사 선임 조건 낮춰...입맛 맞는 사람 앉히려는 것"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찬성,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권욱기자




정치·법조계 지식인들이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에 따라 출범을 코앞에 둔 공수처와 관련해 “정권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소·수사권을 동시에 쥔 데다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권력기관이 탄생해 대통령 직속의 사찰 기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던 야당의 거부권마저 이번 법 개정으로 삭제되면서 집권 여당이 ‘수사 독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탄식이 나온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을 두고 “혁명 입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법의 생명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생명이 오래간다면 나치의 시대로 들어가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법원과 검찰이 시민사회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인데 이게 무너지면 시민사회 자체가 공격을 받는다”면서 “야만의 시작이다. 법치를 가장한 야만의 시작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수처 출범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공수처 출범은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 대원칙인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경찰을 비롯한 수사 기관으로부터 진행 중인 수사 사건을 이첩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권력형 게이트 수사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이 임기 말의 여러 레임덕 누수 현상을 방지하려 할 것”이라며 “정권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수사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수처가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초헌법적 기관이라는 점은 ‘공수처 독재’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헌법에 아무런 근거 없이 엄청난 권력을 가진 수사 기관이 존립하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준 교수는 “공수처의 민주적 통제는 누가 하느냐”며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공수처법 기존 안에는 공수처가 청와대 친위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막기 위한 장치가 있었다. 바로 야당의 비토권 보장이다.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때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후보 추천을 의결할 수 있게 해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번에 공수처법을 고쳐 의결권 기준을 5명으로 낮췄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차라리 계엄령을 선포하라”며 결사반대한 것은 물론 진보 정당인 정의당마저 “이런 방식으로 처리된다면 공수처가 전 국민에게 신뢰 받는 기구로 출범하기란 요원할 것”이라고 반발했으나 174석의 더불어민주당 앞에선 무력했다.

김 변호사는 야당 비토권이 사라지고 여당 추천 공수처장이 임명될 일만 남게 된 상황과 관련해 “공수처는 부패 수사 기구라는 당초의 말과는 달리 지금 완전히 정권의 대통령 직속 수사 사찰 기구로 변질됐다”고 성토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수처장뿐만 아니라 공수처 검사 자리에도 여당 입맛에 맞는 법조인을 앉힐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이 공수처 검사 선임 조건이었던 변호사 경력 10년을 7년으로 줄이고 수사·조사 5년 경력도 삭제했기 때문이다. 여당과 법무부는 이에 대해 “자격에 맞는 법조인의 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정권 친화적인 법조인들을 공수처 검사에 선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친정권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해 친위 수사 기구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고 한 교수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여당이나 집권당에 가까운 단체의 변호사를 대거 영입하는 취지라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공수처가 출범할 경우 공직 사회와 정치권마저 ‘사정 칼날’에 떨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3부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사법·행정·입법부의 고위 공직자들을 모두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으로 기소되기 일쑤인 정치인들 역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여당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이를 공수처장으로 선임하고 야당 탄압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 유형도 직무 유기나 직권남용, 피의 사실 공표, 공무상 비밀 누설, 뇌물 등 매우 다양하다”며 “정권에 반대하는 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공수처는 고위급 관료나 정치인만 통제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그 권력들을 통제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된다”고 진단했다.
/김인엽·김혜린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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