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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잠' 김보라X동하, 헤어진 진짜 이유…"우리가 왜 헤어지는지 묻지 않아서"

/ 사진제공=KBS 드라마스페셜 2020 ‘도둑잠’ 방송화면 캡처




UHD KBS 드라마스페셜 2020 8번째 작품 ‘도둑잠’에서 김보라와 동하가 숨겨왔던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았고, 그들의 로맨스는 한 뼘 더 성장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도둑잠’(연출 최상열 / 극본 박광연)은 과거 어설프고 서툴게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최홍주(김보라)와 윤이남(동하)의 서투른 연애는 어설펐던 첫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했고, 이해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이들의 모습은 공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꿈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나가는 홍주와 이남의 하루에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애환도 녹아 있었다. 시청자들이 모두 함께 ‘도둑잠’에 스며든 이유였다.

헤어샵 어시스턴트 4년 차 최홍주(김보라)는 졸지에 ‘미아’가 됐다. 리모델링 때문에 살던 고시텔에서 쫓겨났고, 직장 쪽방에서 몰래 기거하다 들켜 또 쫓겨났다. 갈 곳은 많은데 머물 곳은 없었다. 그때 홍주의 머릿속엔 1년 전 헤어진 구남친 윤이남(동하)이 떠올랐다. 아직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 길로 그의 옥탑방으로 향했다. 다행히 도어락 비밀번호도 1년 전과 똑같았다.

구남친 집에서 아슬아슬한 도둑잠을 자기로 한 홍주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었다. 직장에서 몰래 잠을 잤다는 이유로 한 달 간 오픈과 마감에 모든 설거지와 청소를 도맡으라는 실장(황보라)의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홍주는 낮에는 샵에서 커피 22잔, 녹차 7잔, 아이스티 9잔을 타고, 밤에는 이남의 집에서 미용 연습을 하며 버텼다. 초급 디자이너 자리에 공석이 생겼고, 이번에야말로 꿈을 이룰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 황당무계한 도둑잠도 결국 들통 나고 말았다. 일언반구 없이 몰래 들어온 홍주에게 화가 난 이남은 “너랑 나는 친구 아니야”라며 매몰차게 쫓아냈고, 홍주는 또 갈 곳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가 유일하게 잘하는 게 있다면 바로 ‘버티기’다. 염치도, 자존심도 없지만, 돈은 더 없는 홍주는 계속해서 사정했고, 한밤중에 여자 혼자 캐리어를 끌고 길거리를 배회하고 다니는 게 내심 걱정됐던 이남은 결국 그녀와의 기묘한 동거를 승낙했다. 홍주가 다음 월급을 받기까지 열흘 동안만이었다.

그렇게 이남의 집에 머무르게 된 홍주에게 옥탑방에 스며있는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치열한 하루를 맥주 한 캔으로 같이 마무리하고, 이불을 털다가도 한순간에 로맨틱해지고, 그와의 추억은 온통 따뜻함과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이끄는 종착역은 매번 같았다. 바로 “우리가 왜 헤어졌더라”라는 의문이었다.



홍주는 속 깊은 얘기를 하지 않았고, 힘들어도 매번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럴 때마다 이남은 그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자기 앞에서만큼은 잘 웃고 잘 웃으며 기대고 의지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난 지금이 딱 좋은데. 그냥 지금만 같았음 좋겠어”란 답만 돌아왔다. 홍주와 이남의 균열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들이 이별한 이유도 헤어지자는 이남에게 홍주가 “그래”라고 답해서였다. 홍주의 독백처럼 “우리가 왜 헤어지는 건지 묻지 않아서” 헤어지게 된 것이다.

다시 만난 홍주는 달라진 게 없었다. 이남의 집에서 나가는 날, “갈 곳은 있냐?”는 그에게 “아는 선배의 집에서 삼 개월 동안 지내게 됐다”고 또 아무렇지 않은 척 거짓말했다. 이미 죽을 만큼 창피한데, 그보다 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룻밤만 더 지내려 했던 헤어샵에서 감전 사고가 나 응급실에 실려가는 바람에 그 거짓말도 들통나고 말았다. 이남은 “네가 나한테 만큼은 솔직하길 바랐어. 뭐가 진짜 네 진심인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늘 알고 싶었다고”라며 그땐 하지 못했던 진심을 털어놓았다. 함께한 여섯 계절 동안, 그리고 다시 만난 열흘의 시간 동안 본인도 모르고 있었던 진짜 ‘최홍주’를 이남만 똑바로 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헤어진 지 다섯 계절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시간이 흘러 홍주는 초급 디자이너로 승급했고, 취준생이었던 이남은 1차 면접 합격 후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홍주는 다시 한 번 이남의 옥탑방을 찾았다. 디자이너가 되면 첫 번째 손님은 자신이 되겠다던 이남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어엿한 디자이너가 된 홍주에게 머리를 맡긴 이남, 두 남녀가 만들어낸 예쁜 해피엔딩은 시청자들에게도 기분 좋은 밤을 선사했다.

한편 ‘도둑잠’에 이어 UHD KBS 드라마스페셜 2020 9번째 작품 ‘연애의 흔적’은 오는 17일 밤 10시 40분에 KBS2에서 방송된다. 그에 앞서 13일 밤 12시, 4번째 작품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재방송된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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