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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강력 반발에도 결국 출범하는 靑 친위수사기관

與 뜻대로 처장 임명 가능..."靑 하명 받는 기관 될 것"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재 기관

검사 선임 조건 낮춰...입맛 맞는 사람 앉힌다는 의도

정권 반대하는 입에 재갈...국민에게 피해 돌아갈 것”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권욱기자




국민의힘 강민국(왼쪽) 의원과 최승재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청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 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대통령의 친위 수사기관 출범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이 탄생할 것이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입법과 행정·사법 등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 출범으로 민주주의 제도의 뿌리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등은 지난 10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어 재석 287명,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173명을 포함해 열린민주당 3명, 정의당 5명, 시대전환 1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이 진행될 때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문재인, 독재자다’는 구호를 외치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법안 통과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정안 통과 직후 “법안 개정으로 공수처의 신속한 출범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 관계자 등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등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이를 생각하면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했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고 말했다.

야당은 일제히 성토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국회는 완장 찬 정권 홍위병 세력에 의해 입법권이 무력화되는 등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고 규탄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공수처’ 하인을 만들어 검찰을 충견으로 부리려 하고 있다”며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려는 독재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 충족 기준을 ‘7명 가운데 6명’에서 ‘5분의 3(5명)’으로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추천 몫은 2명이어서 사실상 여당의 뜻대로 추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데다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삼권 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국민의 지배가 아닌 집권 세력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공수처가 결국 정권의 친위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석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장을 개정안에 따라 뽑게 되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없다”며 “이대로라면 집권당 친위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국민이 법을 지키면서 국민을 위해 나라를 다스리라고 권력을 정치권력에 위임했는데 끝내 그 권력이 법 위에 서버렸다”며 “공수처는 정권의 하명을 따르는 기관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사·기소권 한 손에 쥔 권력 탄생...법치 가장한 야만의 시작”






정치·법조계 지식인들이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에 따라 출범을 코앞에 둔 공수처와 관련해 “정권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소·수사권을 동시에 쥔 데다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권력기관이 탄생해 대통령 직속의 사찰 기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던 야당의 거부권마저 이번 법 개정으로 삭제되면서 집권 여당이 ‘수사 독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탄식이 나온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을 두고 “혁명 입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법의 생명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생명이 오래간다면 나치의 시대로 들어가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법원과 검찰이 시민사회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인데 이게 무너지면 시민사회 자체가 공격을 받는다”면서 “야만의 시작이다. 법치를 가장한 야만의 시작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수처 출범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공수처 출범은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 대원칙인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경찰을 비롯한 수사 기관으로부터 진행 중인 수사 사건을 이첩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권력형 게이트 수사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이 임기 말의 여러 레임덕 누수 현상을 방지하려 할 것”이라며 “정권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수사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수처가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초헌법적 기관이라는 점은 ‘공수처 독재’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헌법에 아무런 근거 없이 엄청난 권력을 가진 수사 기관이 존립하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준 교수는 “공수처의 민주적 통제는 누가 하느냐”며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공수처법 기존 안에는 공수처가 ‘청와대 친위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막기 위한 장치가 있었다. 바로 ‘야당의 비토권 보장’이다.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때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후보 추천을 의결할 수 있게 해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번에 공수처법을 고쳐 의결권 기준을 5명으로 낮췄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차라리 계엄령을 선포하라”며 결사반대한 것은 물론 진보 정당인 정의당마저 “이런 방식으로 처리된다면 공수처가 전 국민에게 신뢰 받는 기구로 출범하기란 요원할 것”이라고 반발했으나 174석의 더불어민주당 앞에는 무력했다.

김 변호사는 야당 비토권이 사라지고 여당 추천 공수처장이 임명될 일만 남게 된 상황과 관련해 “공수처는 부패 수사 기구라는 당초의 말과는 달리 지금 완전히 정권의 대통령 직속 수사 사찰 기구로 변질됐다”고 성토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수처장뿐만 아니라 공수처 검사 자리에도 여당 입맛에 맞는 법조인을 앉힐 수 있게 됐다. 여당이 공수처 검사 선임 조건이었던 변호사 경력 10년을 7년으로 줄이고 수사·조사 5년 경력도 삭제했기 때문이다. 여당과 법무부는 이에 대해 “자격에 맞는 법조인의 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정권 친화적인 법조인들을 공수처 검사에 선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친정권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해 친위 수사 기구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고 한 교수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여당이나 집권당에 가까운 단체의 변호사를 대거 영입하는 취지라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공수처가 출범할 경우 공직 사회와 정치권마저 ‘사정 칼날’에 떨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3부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사법·행정·입법부의 고위 공직자들을 모두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으로 기소되기 일쑤인 정치인들 역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여당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이를 공수처장으로 선임하고 야당 탄압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 유형도 직무 유기나 직권남용, 피의 사실 공표, 공무상 비밀 누설, 뇌물 등 매우 다양하다”며 “정권에 반대하는 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공수처는 고위급 관료나 정치인만 통제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그 권력들을 통제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된다”고 진단했다. /임지훈·김인엽·김혜린·허세민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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