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가 지난 2016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 후 전 세계적으로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분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역시 스마트 기술의 혁신 행보에 크게 기여하는 모습이다.
인류의 상상력은 미래의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언급되는 스마트 기술도 미래에 언젠가는 우리 생활 속 일부가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스마트 그리드, 제조업 부문 스마트 팩토리, 농업의 스마트 팜, 교통 분야의 스마트 모빌리티 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정부의 그린 뉴딜 발표로 기후 위기에 대응해 환경 시설 분야에 스마트 기술을 융복합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은 환경 시설 분야의 도시 물관리 인프라와 관련해 조용히 경쟁력을 쌓아왔다. 물관리 기술은 국민의 물 수요 변화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해 도시의 환경과 안전을 지킨다. 특히 하수도는 위생적인 하수 배제 및 환경보호뿐 아니라 도심 침수 방지 등 다목적 기능을 하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땅속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온 하수도 시설은 대도시의 일상을 지속시키는 핵심 인프라다.
하수도 시설을 더 똑똑하게 하는 투자는 반드시 좋은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실 하수도 시설의 스마트화는 매우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률은 93.9%로 유럽 선진국(95%)에 근접했다. 하지만 하수도 분야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하수 악취 민원이 증가하고 기후변화로 도심 침수도 반복되고 있다. 오는 2050년이면 우리나라 하수처리장의 97.5%가 내용연수를 초과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또 환경을 전공한 많은 학생이 하폐수 처리장 근무를 기피해 이직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하수도 분야의 도전 과제들은 스마트 기술 도입을 앞당기고 있다. 하수도의 스마트화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하수 처리 시설, 하수관로, 하수도 자산에 적용해 첨단 하수도 운영·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수의 발생부터 수집, 관로 이송, 하수 처리 후 하천·해양 생태계로 방류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해 실시간으로 수질·수량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체계다.
첨단 하수 인프라 건설이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10년 전부터 ICT와 접목 가능한 분야로 꼽히며 선행 연구와 기술 개발은 진행돼왔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최근 눈부시게 발달하고 센서 기술도 고도화하면서 이제는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마침 정부도 하수도의 스마트화를 그린 뉴딜 사업에 포함해 추진하기로 했다.
스마트 하수도에 국가적 투자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우리의 강점인 ICT 기술을 하수도와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하수도 산업을 창출하고 플랜트 건설 기술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면 한국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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