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연쇄 부도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여파와 더불어 축적된 부채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300.5%에서 올 3·4분기 말 336%로 치솟았다. 아직은 당국이 제어할 수 있지만 부도 사태가 지방정부 등으로 번진다면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돼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 중국의 ‘회색 코뿔소(파급력이 크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소)’로 불리는 부채 문제가 임계점에 이른 셈이다.
문제는 우리 역시 빚의 악순환 모형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은행의 가계 대출은 지난달에만 13조 원 이상 급증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집값·전셋값을 마련하거나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터널에서 살아남기 위해 빚으로 연명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융 지원 규모만 250조 원을 넘는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이후로 상환 일자를 일괄 연장해줬지만 이들 빚은 언제든 우리 경제를 벼랑으로 몰 시한폭탄과 같다. 1,000조 원을 눈앞에 둔 국가 채무는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정부와 여당은 ‘빚 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안전핀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좀비 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을 통해 한정된 자원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을 통해 제대로 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나랏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부채 폭탄으로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그릇인데, 우리 기업의 체력을 키우기는커녕 규제의 올가미를 채워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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