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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바이든과 美공화당의 공감대 '對中 압박'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트럼프가 4년간 외쳤던 반중 노선

바이든 행정부 中견제와 일맥상통

공화당 협력 레버리지 삼아 지속 전망

韓, 미중 사이 양자택일식 접근보다

해야할 것 정확히 가려내는 판단 필요

손병권 중앙대 교수




내년 1월 20일이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호소할 것이라고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 바이든 행정부의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는 존 케리 전 미 국무부 장관을 기후변화 특사로 지명하고 직책을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지구온난화 대처에 대한 자신의 결의를 국내외에 보여주자고 하는 의도다. 먹고사는 문제도 급하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국민과 재정이 열악한 주 정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시급하다. 그런데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과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 간에 재정지출의 규모를 두고 도무지 타협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더 쓰자는 민주당의 주장을 공화당이 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19 추가 지원을 두고 양당 간 타협이 어렵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앞날이 결코 순조로울 수 없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7,400만 명의 유권자를 어르고 달래야 한다. 나라의 절반이 바이든 후보에게 반대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트럼프 대통령에 발맞춰 이번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25명 정도 외에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공화당 의원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오는 2024년 출마설을 띄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런 공화당을 장차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바이든 당선자로서는 고민이 클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립 구조 속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 공화당이 협력해 갈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양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중국 견제다. 바이든 당선자는 “중국은 특별한 도전”이라고 하면서 취임 후 1년 이내에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민주주의 정상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이 공들여 만들어 놓았던 다자적 협력 제도가 깊이 손상됐고 그 틈을 타 중국이 강력하게 부상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국제 규범을 파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글로벌 규범을 아예 중국 방식으로 다시 쓰겠다고 작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중국을 막기 위해 바이든 당선자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계속 발신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의 중국 견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공화당에 부지런히 심어놓은 반중 노선과 상당히 통하는 부분이 있다. 트럼프 등장 이후 공화당은 기업 하는 사람의 정당에서 블루칼라 노동자의 정당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공화당에 자유무역에 따른 경제적 기대 이익이 과거처럼 앞으로도 양국 갈등을 억제하는 기제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관세전쟁, 화웨이 때리기에서 시작된 트럼프발 대중 압박은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홍콩의 민주화 시위 진압, 중국 민간 기업의 정부 예속, 중국의 글로벌 문화 침투 등의 문제를 두고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제116대 의회가 마감해 가는 지난 11월 상원외교위원장인 공화당의 제임스 리시 의원은 ‘미국과 유럽: 중국에 대한 범대서양 협력의 구체적 어젠다’라는 공화당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유럽과 미국의 협력을 강조하고 협력의 영역을 일일이 열거한 후 다양한 제안을 내어놓는 것이었다.

이렇듯 국제적 주도권을 둘러싼 핵심적 경쟁자로, 그리고 열린 사회에 대한 적대 세력으로 중국을 보는 시각에서 바이든 당선자와 의회 공화당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의 상호작용 가운데 양국이 새로이 협력의 단초를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 압박용 민주주의 정상 회의 개최를 천명한 바이든 당선자로서는, 공화당의 협력을 레버리지로 삼아 상당 기간 중국 견제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 같다. 양당 협력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영역을 어떻게 해서든지 외교정책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중을 양자택일의 문제로만 볼 수만은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서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린치핀’으로 부르는 한미동맹의 일원이다. 심화되는 미중 갈등, 답보 상태의 북핵 문제, 끝모르는 한일 긴장 관계 속에서 우리 정부에 지금 필요한 것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할 것을 정확히 가려내는 판단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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