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4월부터 제13대 원장으로 한국전기연구원(KERI)을 이끌고 있는 최규하 원장은 취임 후 연구원의 비전을 ‘국민과 함께하는 글로컬(Glocal) KERI’로 설정했다.
글로컬은 글로벌(Global·세계)과 로컬(Local·지역)의 합성어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발전해 세계에서도 빛나는 존재가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 연구원의 역할이 단순 기술 개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해 상생하는 것이라는게 최 원장의 지론이다.
특히 최근 들어 KERI의 지역 협력사례가 큰 결실을 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KERI는 본원이 위치한 경남 창원시와 손잡고 ‘강소연구개발특구’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창원 강소연구개발특구는 인공지능(AI) 및 정보통신기술(ICT), 전동력(모터) 및 정밀제어 기술, 스마트 팩토리 관련 기술 등 똑똑한 ‘지능 전기기술’을 기계산업에 적용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 산업단지 구축 지원을 위한 캐나다 워털루대와 AI 연구센터 설립, 기업 제품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주는 공정혁신 시뮬레이션 센터 구축, 지역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출 지원을 위한 AI 기반의 초고압 직류송전(HVDC) 전력기기 시험인증 인프라’ 구축 추진 등 다양한 지역협력 사업을 효과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딥러닝의 발상지인 캐나다 워털루대와의 AI 기반 제조혁신 사업은 국내 첫 시도여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최 원장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산업 재도약을 위해 제조업 응용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워털루대와의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허성무 창원시장과 함께 직접 캐나다 현지를 찾는 열정을 보였다. 그 결과 올해 7월 양국 간 공동연구센터 설립이 결실을 거뒀고, 창원지역 기업들의 산업 현장에 AI기술을 접목하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해당 기업들은 핵심 부품 고장 상태 진단, 조립 지능화, 효과적인 공구관리 및 제품별 최적 맞춤 가공 등 제조 혁신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 향후 KERI와 창원시는 AI와 관련해 매년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30여개 연구과제를 발굴·수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AI 연구센터를 연구소급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도 최 원장은 지역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3대 키워드를 다같이 많은(多) 가치를 창출하자는 의미의 ‘다같이(다가치)’, 항상 변함없이 똑같이 노력하고 힘을 모아 또 가치를 재창출하자는 의미의 ‘똑같이(또가치)’, 꽃과 같은 높은(高) 가치로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현실로 꼭 같이 이뤄내자는 의미의 ‘꼭같이(꽃같이+고가치)’로 설정하고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해 테크페어 ‘KETFA 2019’를 개최해 연구원의 우수한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큰 발판을 마련했고,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을 위한 다수 간담회를 개최해 시험인증 수수료 인하와 온라인 비대면 입회시험 서비스 시행 등 다양한 지원을 펼쳤다. 또 지역 학생들을 위한 ‘찌릿찌릿 과학콘서트’를 비롯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프로그램’, ‘온라인 비대면 전기기술 전시회’ 등 다양한 과학문화 확산 활동을 수행하며 어렵고 딱딱하며 다가가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했던 연구원을 신뢰와 사랑을 받는 존재로 탈바꿈시켰다.
최 원장은 “모든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전기화’ 시대가 다가올수록 지역에서의 KERI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연구원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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