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는 ‘한국 최고가 곧 세계 정상’인 분야 중 하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빅 리그 대회를 주름잡는 일은 다반사다. 반대로 해외 강자들이 국내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
KLPGA 투어 소속의 김지영(24·SK네트웍스)과 김아림(25·SBI저축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75회 US 여자오픈에서 야무진 경기력으로 ‘국내파’의 자존심을 세웠다. 두 선수 모두 이번이 이 대회 첫 출전이다.
김지영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1언더파 212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단독 선두인 시부노 히나코(일본·4언더파)와는 3타 차다. 2017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올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등 국내에서 통산 2승을 수확한 김지영은 올해 3월 기준 세계랭킹 72위 자격으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받았다.
김지영이 적어낸 4언더파 67타는 이날 출전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이자 이번 대회 들어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스코어다. 특히 그는 3라운드까지 총 81차례만 퍼터를 사용해 퍼트 수 1위에 올랐다. 이날은 단 24차례 퍼트로 18홀을 마무리하며 빼어난 그린 플레이를 펼쳤다. 전날 2라운드에서 마지막 3개 홀 연속 버디로 컷을 통과한 기세를 이어간 그는 3라운드 전반과 후반에 2개씩의 버디를 기록했다. 마지막 9번홀(파5)은 그린 바깥에서 기분 좋은 칩샷 버디로 마무리한 김지영은 전날 공동 47위에서 단번에 44계단을 도약했다. 에이미 올슨(미국)이 1타 차 단독 2위(3언더파),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이 김지영과 함께 공동 3위다.
김아림은 3라운드까지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262.5야드로 1위를 달렸다. 이번 시즌에도 KLPGA 투어 1위(259.5야드)에 오른 국내 대표 ‘장타퀸’의 카리스마를 메이저 무대에서 뿜어낸 것이다. 김아림은 이날 5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티샷에 이어 아이언 샷으로 그린 바로 앞까지 보내는 장타력을 과시했다. 이글을 노린 어프로치 샷이 살짝 빗나갔지만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3라운드에서 1타를 잃은 그는 여자 PGA챔피언십 우승자 김세영(27·미래에셋), 세계 1위 고진영(25) 등과 함께 합계 1오버파 공동 9위에 자리했다. 1타를 줄인 유해란(19·SK네트웍스)도 김지영과 함께 단 2명의 언더파 기록자에 합류,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 KLPGA 투어 신인왕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시부노는 2라운드에 이어 이틀 연속 선두를 달렸다. 일본 투어를 주 무대로 하는 시부노는 박세리(43·은퇴)와 전인지(26)에 이어 LPGA 투어 첫 2승을 모두 메이저에서 거두는 진기록에 도전하게 됐다. 2위 올슨은 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모리야는 동생인 에리야 쭈타누깐(2018년)에 이은 US 여자오픈 사상 첫 ‘자매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디펜딩챔피언 이정은(24·대방건설)은 2오버파 공동 15위, US 여자오픈에서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 우승한 박인비(32·KB금융그룹)는 5오버파 공동 33위에 자리했다. 12번홀(파3·180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최운정(30·볼빅)은 7오버파 공동 51위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