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야당의 반발 속에서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련해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은 이미 훼손됐다며 ‘정권 비호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때 공수처 출범을 주장했던 야당이 ‘자기모순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 공수처를 공약으로 제시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야권은 곧바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과거 어느 야당 정치인이 대통령 마음대로 주무르는 공수처를 주장했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지난 정부에 그런 공수처가 있었다면 검찰은 국정 농단 수사를 시작조차 못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임명할 공수처장이 어떻게 할지는 뻔하다”며 “말 안 듣는 검사·판사·정치인부터 내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부정 의혹,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옵티머스·라임 비리 의혹 등을 언급하며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공수처가 빼앗아와서 증거를 은폐하고 면죄부를 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까지 개정해 공수처장마저 정권의 입맛대로 지명하려 하면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언급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이런 공수처가 중립적이고 독립적일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아울러 “‘검찰 개혁’을 빌미로 밀어붙인 이 폭거에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현 정권 비리는 그대로 묻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법에도 없고 탄핵도 불가능한 공수처를 방탄 삼아 국민과 등을 지기 시작했다”며 “취임 당시 무소불위 권력기관은 없게 하겠다던 대통령이 무소불위 공수처 괴물 기관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은 절제와 관용의 ‘김대중 정신’을 버린 것”이라고 한탄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전이 이날 열린 가운데 검찰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눈길을 끌었다. “국민들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는 대목을 두고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허세민·김혜린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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