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 ‘지하철 사고에 매점 주인이 사과하는 격’이라고 날을 세운 청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발언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치는 ‘시무7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정부를 꼬집었던 진인(塵人) 조은산씨가 “‘당신네들의 지하철 사고’는 사과할 일이 없어 좋겠다”고 날을 세웠다.
조씨는 1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청래 의원님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당신의 비유법에 따르면, 당신들의 지하철 사고에는 이미 서울시장과 지하철 공사 사장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씨는 “죽음은 모든 의혹과 진실을 덮고도 남는다”면서 “그러므로 ‘고인에 대한 예우’는 곧 민주당에 대한 예우와 같은 것 아니겠느냐”고도 적었다.
조씨는 또한 “죽음만큼 무서운 게 세상에 어디있느냐”고 물은 뒤 “아이들의 죽음 앞에 ‘고맙다’고 휘갈긴 누군가에게 죽음은 이용 가치가 풍부한 사전적 의미에 불과했다”고 거듭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아울러 조씨는 “정 의원도 야당 조롱은 좋지만 가끔은 죽음으로 당의 짐을 덜어준 어느 분들에게는 마음으로라도 긴히 표해주는 게 어떻겠느냐”면서 “죽음의 정권 창출, 죽음의 공수처 출범, 서울시장 선거에서 죽음의 후보, 우리 당이 대국민 사과를 할 일 없게 해줘 고맙다고”라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조씨는 “이 한 개의 글로 이른바 불가침의 5대 성역(세월호, 5·18 민주화 운동,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 전 시장, 고 전태일 열사) 중 3개를 침범했다”며 “이 글에 대한 반응이 벌써 눈에 보이는 듯하다”고 썼다.
조씨는 이어서 “하지만 저는 누군가의 죽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삼고, 누군가를 찌르는 창으로 삼는 간악한 프레임에 갇히기를 거부한다”면서 “그게 싫다면 ‘5·18 왜곡 처벌법’과 더불어 ‘5대 성역 왜곡 처벌법’을 추진하는 게 어떤가. 이미 못하는 것 없는 그대들의 초월함을 세상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정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사과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서울 지하철이 사고가 나서 출근길 서울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면, 서울시장이나 지하철공사 사장이 사과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서울시 말단 공무원이나 지하철 매점 주인이 사과를 한다면 더 화를 돋우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서울시 지하철과 아무 상관도 없는 뜨내기 승객이 사과를 한다면 이는 코미디 아니겠는가”라며 거듭 김 위원장이 사과할 자격이 없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조은산씨의 블로그 글 전문이다.
‘당신네들의 지하철 사고’는 사과할 일이 없어서 좋겠습니다.
당신의 비유법에 따르자면 당신네들의 지하철 사고에는, 이미 서울시장과 지하철공사 사장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까요.
하긴, 죽음만큼 무거운 게 세상에 어딨겠습니까.
모든 의혹과 진실을 덮고도 남으니까요. 그러므로 ‘고인에 대한 예우’ 는 곧 민주당에 대한 예우와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죽음만큼 무서운 게 세상에 어딨겠습니까.
아이들의 죽음 앞에 ‘고맙다.’라고 휘갈긴 누군가에게 죽음은, 이용 가치가 풍부한 사전적 의미에 불과했던 것처럼.
우리 정청래 의원님께서도 야당 조롱하는 건 좋은데, 가끔은 죽음으로 당의 짐을 덜어준 어느 분들께는, 마음으로라도 긴히 표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죽음의 정권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셔서, 죽음의 공수처를 출범할 수 있게 해주셔서, 서울시장 선거에 죽음의 후보를 낼 수 있게 해주셔서, 그리고 우리 당, 대국민 사과할 일 없게 해주셔서, 참 ‘고맙다’고.
덧붙여)
이 한 개의 글로 이른 바, 불가침의 5대 성역(세월호, 5.18 민주화 운동, 故 노무현 전 대통령,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故 전태일 열사) 중 세 가지를 침범하고 말았네요. 이 글에 대한 반응이 벌써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감히 그 분을..’, ‘같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뭐 이런 레퍼토리로 시작하겠지요.
그러나 저는 거부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삼고 누군가를 찌르는 창으로 삼는 당신들의 간악한 프레임에 갇히길 거부합니다.
그게 싫으시다면 ‘5.18 왜곡 처벌법’과 더불어, ‘5대 성역 왜곡 처벌법’을 추진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미 못 하는 게 없는 그대들의 초월함을 세상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해보십시오. 충분히 가능합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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