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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75> ‘관리’ 쉬운 정부재정 대규모 투입···부채 급증이 부메랑으로

■통화완화 없이 경기회복 성공한 이유

지난 14일 중국 서북 깐쑤성의 칭양 기차역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경기부양으로 인프라투자를 확대하면서 전국에 이러한 대형 건설공사가 우후죽순 진행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은 기준금리를 크게 낮춰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통화완화 정책 없이 일단 경기회복에 성공한 듯하다. 이는 여전히 제로금리 수준으로 양적 완화를 지속하고 있는 한국·미국 등 주요국들과 비교된다.

오히려 중국은 정부가 자금을 직접 현장에 투입하는 재정정책을 통해 이런 성공을 거두었다. 주요국가 가운데 올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고 내년에는 최대 8%의 성장도 기대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대규모 빚의 결과로 총부채율이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고 정책판단 착오에 따른 부실투자도 부메랑이 될 전망이다.

15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은 지난 5월부터 최근 11월까지 7개월째 동결돼 있다. 현재 금리는 1년 만기가 3.85%이고 5년 만기는 4.65%다. LPR은 주요 18개 은행이 정한 우량 대출용 대출우대금리를 평균한 것이다. 지난해 8월 4.25%(1년만기)로 시작했으니 1년여 동안 겨우 0.4%포인트 내린 셈이다.

물론 중국에도 공식 기준금리가 있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일반 대출금리의 하한선과 예금금리의 상한선을 지정하는데 여기 대출금리의 하한선이 보통 기준금리로 여겨진다. 현재 대출 기준금리는 2015년 10월 이후 5년여째 4.35%로 유지돼 있다. 미국이나 한국의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사실상 ‘제로금리’를 택하고 있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이어서 상대적으로 기준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4%는 과도하다는 평가다.

물론 그렇다고 무작정 기업이나 개인에게 고금리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을 중국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위한 수단은 핀셋 지원이다. 리커창 총리 등 중국 고위 인사들은 “중소기업 등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실물경제에 자금이 흘러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즉 포괄적인 기준금리 인하 없이 자금이 필요하다는 기업에 대해 특별 저금리 자금을 선별 지원해주는 것으로 대응한 것이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의 빌딩숲 모습. 통화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것을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한다는 평가가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에서 전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생기는 부작용은 이미 2015년 경험했다. 금리인하로 생긴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 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으로 유입돼 거품이 생긴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의 중국증시 대폭등락이다. 2014년 1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인민은행이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상하이증시는 1년에 두배 이상 오르며 최고 6,000선을 넘기도 했다. 물론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상하이증시는 곧바로 폭락했고 이는 중국 증시의 악몽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중국에서 증시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이다. 2015년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거렸다. 부동산 시장은 청년층과 빈곤층을 중국 공산당 반대편에 서게 할 수도 있는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후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금과옥조처럼 되뇌이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중국 정부의 기본적인 경기부양 정책은 재정투자 확대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서 지난해 2.8%였던 재정적자율을 올해 ‘3.6% 이상’으로 올리고 1조위안 규모의 특별국채도 첫 발행하기로 했었다.

이를 포함해 올해는 작년에 비해 총 6조위안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는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여름부터 전국이 ‘공사판’이다. 매일매일 철도나 도로의 개통 소식이 들려오고 신도시 공사가 진행 중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신 인프라에 강조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구 인프라에 집중한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중국 전체의 고정자산투자액은 49조9,560억위안으로 작년동기 대비 2.6% 늘었다. 이 중에서 정부부문이 쏟아부은 액수는 22조1,472억위안으로 작년동기 대비 5.6%나 급증했다. 사실상 정부의 재정투자가 경제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이를 통해 올해 1~11월 누적 산업생산은 작년 동기대비 2.3%가 늘어 났다. 중국 내외의 연구기관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2% 내외로 예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재정투자는 민간의 활력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소매판매가 여전히 작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금리의 후유증으로 같은 고정자산투자 분야에서도 민간부문은 겨우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11일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한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주거지에 출입을 통제하는 바리케이트가 세워져 있다.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19 대응에 ‘지역 봉쇄’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통화완화 정책 없이 재정정책으로 승부를 봤지만 과도한 재정투입의 후유증은 유동성의 과잉공급 상황과 비슷하다. 국가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302%였던 중국의 국가 총부채 비율은 올해 9월말 현재 335%로 무려 33%포인트가 늘어났다. 지난해 중국의 GDP가 100조위안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가 겨우 4분의 3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무려 33조위안(약 5,500조원)이나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평균 부채율은 250% 내외다.

중국도 지난 2011년은 총부채율이 200%에 불과했었다.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를 통해 철도·도로, 공항, 공공건축물 공사를 벌이고 한계 기업을 지원하면서 경제회생을 이룬 것이다.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우선하는 중국적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여전히 올해도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4차 5개년 계획(14·5계획)을 짜는 데 바쁜, 계획경제 우위 국가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 주체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자금이 흘러간다. 때문에 이를 중앙에서 통제하기가 어렵다. 불필요하다고 인식되는 분야에도 자금이 들어가 투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재정정책은 필요한 곳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정책 결정자들의 의지에 맞게 경제를 꾸려나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시장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금리를 주요 수단으로 경제를 운영한다. 이는 계획경제를 추구하는 중국 수뇌부의 의지와는 맞지 않는다. 기업과 시장에 대한 불신이 중국으로 하여금 통화정책을 줄이고 재정정책으로 승부를 보게 한 이유로 해석된다.

앞서 중소기업에 대해 자금을 저금리로 선별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의 시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결국 관료다. 최근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대기업 규제를 받게 된 것을 볼 때 코로나19 사태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오히려 더 커졌다.

과잉 재정정책에 대한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방만한 재정투자와 이에 따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부채의 증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칭화유니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다. 칭화유니는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채권 13억위안(약 2,200억)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하며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칭화유니는 중국 칭화대가 설립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 설계·제조 국유기업인데도 그랬다.

문제는 칭화유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광둥·장쑤·쓰촨·산둥·후난성 등 중국 전역에서 총 1조7,000억위안(약 285조원) 규모의 대형 반도체 프로젝트가 모두 50여개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 맞선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내 거는 것이 ‘애국’으로 인식되면서 각 지방정부가 제각기 중구난방으로 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중복과잉 투자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칭화유니같은 기업들이 은행의 자금을 마구잡이로 쓸 수 있는 것은 곧 정부가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빚은 곧 정부의 부채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정부 관료들의 정책 실패는 곧 국가재정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또 다른 정책 실패는 경제성을 무시한 보여주기식 사업이다. 대표적인 공사가 중국 남부 주강 삼각주의 홍콩과 마카오, 주하이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다. 세계 최장인 총연장 55㎞으로 주강 하구를 잇는 이 다리의 공사에는 총 1,269억위안(약 21조원)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 다리 위에는 현재 하루 평균 3,000대 정도의 차량만 운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통행 수입은 총 55만위안(약 9,200만원)은 불과하다.

현행 LPR로 계산할 경우 이 다리 운영자는 매년 이자로만 48억8,565만위안을 갚아야 한다. 1년 365일로 계산할 경우 하루 1,339만위안(약 22억4,200만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의 통행수입으로는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

물론 강주아오대교를 건설할 때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와 국가보안법 제정, 코로나19를 예상하지는 못했을 테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경제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도 아니다.

지난 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물시장 전경. 이 시장에서 1년전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은 여전히 봉쇄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벌써부터 긴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 자금으로 연명한 한계기업들에게 ‘핵폭탄’과 같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정부 관료들과의 ‘관시’를 통해 빌려 쓴 자금줄이 막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핵심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열 우려가 커지면서 출구전략 필요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구전략이라는 것은 곧 재정투입의 축소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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