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앞두고 ‘추·윤’ 갈등이 ‘문·윤’ 갈등 구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결정에 윤 총장이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은 최종 집행자인 문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정직 2개월 처분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 이후 문 대통령의 재가에 따라 효력이 발생한다. 그동안 추·윤 갈등 국면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던 문 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으로부터 징계위 의결 결과에 대한 대면 보고를 받고 신속히 재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행정절차가 남아 있어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재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위의 의결요지서가 대통령에게 송달돼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이 이뤄진 만큼 재가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재가에서 징계 수위는 조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는 관련 법에 따라 문 대통령이 징계위의 결정을 반려하거나 징계 수위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오직 징계위의 결정을 따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재가 이후다. 윤 총장은 징계위 결정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는 곧 문 대통령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징계 집행정지 신청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과 윤 총장 둘 중 하나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이 직무 배제 처분에 대한 윤 총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을 때와 같은 결론을 낼 가능성도 있어 문 대통령이 떠안는 리스크도 적지 않다. 게다가 문 대통령과 ‘1 대 1’로 맞서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최근 1위 대권 주자로 이름을 올린 윤 총장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총장이 징계 집행을 거부하면 대통령과 싸우는 꼴이 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통령 지지율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방역 등 민생 대책을 세우고 추 장관 교체 등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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