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LG는 지배 구조가 안정적인 편이지만 상당수 다른 기업은 언제든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을 만큼 허약하다. 삼성전자도 기업 사냥꾼들이 작심하고 덤벼든다면 안심할 수 없다. 다른 나라는 자국 기업의 기술을 지키기 위해 정부 차원의 무역 전쟁까지 불사하는데 우리는 투기 자본이 입맛에 맞는 감사를 내세워 기업의 기밀 정보를 빼가도 꼼짝할 수 없도록 무장 해제시켜놓은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개정 상법의 시행을 1년 이상 유예해달라는 재계의 호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준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시행했다가 내년 주주총회에서 헤지펀드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온다면 감당할 재간이 없다.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도 서둘러 법제화해야 한다. 기업을 사냥꾼에 빼앗기고 백날 지배 구조 투명성을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혹여 대기업 때리기가 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특정 기업을 넘어 나라 경제 전체를 벼랑으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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