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이른바 ‘명동 사채왕’ 최모씨가 사건을 조작하는 바람에 마약 사범으로 몰렸던 사업가가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돼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던 신모(61) 씨의 재심에서 기존 판결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신씨는 2001년 12월 필로폰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서울 서초구의 한 다방에서 긴급체포돼 재판을 받아 이듬해 6월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 없이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신씨는 사기도박을 당했다며 명동 사채왕 최모(66) 씨 일당과 몸싸움을 벌였는데 그가 모르는 사이에 최씨 일당이 호주머니에 마약 봉지를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최씨의 지인인 정모 씨가 검찰에서 ‘최씨의 사주로 신씨의 바지 호주머니에 물건을 넣었다’고 털어놨고, 신씨는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정씨의 진술이 세부적인 부분에서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최씨 지시에 따라 한 남성의 주머니에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넣었다는 취지는 대부분 일관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피고인이 당시 필로폰을 소지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명동 사채왕’ 최씨는 사기 도박단의 뒤를 봐주는 전주 노릇을 해 왔으며, 공갈, 변호사법 위반, 마약 등 혐의로 구속돼 수사와 재판을 되풀이해 받고 있다. 최씨는 판사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청탁한 전력도 있다. 최민호(48) 전 판사는 2009∼2012년 최씨로부터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총 2억 6,0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돼 2016년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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