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1,000명 대를 나타내면서 방역 대응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400∼500명대였던 신규 확진자 수는 2주도 채 되지 않아 1,000명대로 급격히 치솟았다. 지난 13일 이후 닷새간 1,000명을 넘은 날만 벌써 3차례다. 일단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수십 명 단위로 확진자 규모가 커지는 데다 직장, 건설 현장, 종교시설, 교정시설, 학교, 어린이집, 요양시설 등 곳곳으로 감염 불씨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잇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되레 3단계 기준(전국 800∼1,000명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까지 충족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62명으로, 직전일인 16일(1,014명)에 이어 사흘 연속 1,000명 선을 넘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한 이후 1,000명 대 확진자가 사흘 연속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1주일 확진자 발생 양상을 봐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950명→1,030명→718명→880명→1,078명→1,014명→1,062명으로, 하루 평균 961.7명씩 발생한 셈이다.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로 삼는 지역발생 확진자 역시 이 기간에 928명→1,000명→682명→848명→1,054명→993명→993명 등 일평균 934.4명에 달했다.
수도권의 확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수도권 내 지역발생 확진자는 서울 420명, 경기 284명, 인천 80명 등으로 총 784명이었다. 서울의 경우 해외유입을 포함한 신규 확진자가 423명으로 일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확진자를 줄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대응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0세 이상 확진자가 늘어나는 점은 방역당국의 고민을 깊게 한다.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발생한 확진자 1만 1,241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3,383명으로, 전체의 30.1%를 차지한다. 더욱이 60대 이상 확진자의 다수는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시설에서 나오고 있다.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연일 급증하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지난 16일 하루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숨지거나 사후 확진된 사망자는 총 22명으로, 하루 사망자 숫자로는 가장 많았다. 인공호흡기,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 고유량 산소요법 등의 치료가 필요한 위중증 환자 역시 242명으로, 이달 1일(97명)의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전국적으로 40여 개에 불과하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2개, 서울·인천 각 1개 등 가용 병상이 4개뿐이라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앞으로도 당분간 확진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내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한 선제적 검사가 한창인 만큼 검사 건수가 늘면서 확진자 수 역시 늘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선제적 검사가 증가해 숨어있는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면 일시적으로 확진자 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최대한 빨리 확진자 수를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일단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위한 내부 검토에 돌입했지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거리두기 최고 단계에 해당하는 3단계로 올릴 경우 최대 202만 개의 시설이 문을 닫거나 운영을 제한하는 등 사회·경제적 여파가 큰 만큼 일단은 현재의 유행 상황, 확진자 발생 양상, 의료대응 체계 등을 좀 더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의료·방역 체계를 갖춘 만큼 아직 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전날 “3단계를 판단하는 중요한 개념적 기준은 방역 통제 망이 상실됐느냐, 의료 체계의 수용 능력이 초과했느냐 등 크게 두 가지”라면서 “아직까진 (국내 상황은) 어느 정도 여력을 가지면서 견뎌내는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3단계를 차근차근 논의 중”이라면서 “(SNS에 유포된) 가짜 뉴스처럼 갑자기 급작스럽게 결정해서 발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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