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이 잇달아 소환되며 문재인 대통령의 코드인사 논란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이로써 ‘친문 핵심’ 인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변 후보자가 야권의 ‘송곳 검증’ 방침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은 변 후보자가 지난 2016년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임 시절, 건설안전사업본부와의 회의에서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발언한 자료를 입수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 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 현장을 방문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은 일반 주택 입주자보다 ‘못 사는 사람’이라고 자인한 꼴이다. 특히 ‘미쳤다고 사 먹느냐’라는 표현은 장관 후보자의 입에서 나올 언행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날 회의에서 변 후보자의 이 같은 부적절한 언행은 속속 발견됐다. 그는 ‘행복주택’을 논의하며 “입주자를 선정할 때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우리한테 주차장을 그려달라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주장했다. 거주민들의 편의시설에 대한 요구사항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이어 훼손지에서 복원된 지역에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는 기초단체장의 요구를 거론하며 “저렇게 구청에서 들고 왔을 때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려고 하는데 네가 이것을 없애고 여기다 건물을 하나 세우는 것이다’라고 보여주라”면서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변 후보자는 지난 2016년 5월 발생한 구의역 사고 노동자를 향해서도 비상식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변 후보자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후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라며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의당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고 위태롭게 일하고 있는 모든 김 군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라”고 질책했다.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당시 SH 사장이던 변 후보자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치부하는 발언을 했음이 내부 회의록을 인용한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며 “본인의 잘못된 과거 발언에 대해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이같이 촉구했다.
그는 사고 발생 당시 심보선 시인이 희생자를 기리며 쓴 ‘갈색 가방이 있던 역’ 시를 읊으며 “정말로 김 군이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느냐”면서 “정말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변 후보자는 국토부 기자단을 상대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저렴한 주택공급 확대와 삶의 질 상승을 이룰 것”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은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내 집 마련을 기다려온 분들을 위해서는 부담 가능한 분양주택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강지수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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