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승 1패. 이는 알파고가 바둑 최고 기사와의 대국에서 거둔 전적이다. 지난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승 1패로 알파고가 승리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 후 더 이상 인간 최고수와 인공지능(AI) 알파고 간의 승패는 의미가 없어졌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AI의 진화는 급속도로 계속되고 있으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거인들, 대기업, 그리고 벤처캐피털들은 AI와 관련된 투자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AI는 인간의 학습 능력, 추론 능력, 지각 능력, 이해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해 스스로 똑똑해지는 존재다. 레이먼드 커즈와일과 같은 미래학자는 “AI가 인간의 두뇌를 앞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2040년께 도래할 것이며 향후 20년 동안 엄청난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60년 전 시작된 AI가 최근 급격히 고도화되는 배경에는 IBM 왓슨과 같이 3초에 2억 장 분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엄청난 컴퓨터 연산 능력, AI의 딥러닝 학습이 가능해진 축적된 빅데이터, 그리고 핵심 알고리즘의 진화 등이 있다.
실제 AI 활용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무인 택배와 무인 택시 서비스를 진행 중인 구글, 고속도로 자율 주행 테스트까지 마친 다임러, 드라이브 PX2 자율 주행 플랫폼 칩을 개발한 엔비디아, ‘오토 파일럿’이라는 오픈 소프트웨어를 자동차에 적용해 전통 자동차의 개념조차 바꾸고 있는 테슬라 등이 대표적이다. 의료 분야에 적용되는 AI도 눈에 띈다. IBM은 전자 의무 기록 자문, 의료 화상 분석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구글 듀플렉스가 식당·미용실 등의 예약 솔루션으로 사용되고 스타벅스의 딥브루가 재고·수요 예측, 고객 분석 및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되는 등 서비스 분야에서 AI의 활용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손안의 PC인 스마트폰의 급격한 확대, 5세대(5G)를 통한 광대역 서비스, 빅데이터의 확대, 플랫폼 혁명 등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변화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필자도 △신약 개발 △자연어 언어 처리와 분석 △의료 화상 분석 △동작·인식 데이터 처리 △스마트 빌딩 등 다양한 분야의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이런 기업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향후 우리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AI 서비스 스타트업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시스코 존 챔버스 회장이 10년 내 40%의 우량 기업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듯 스타트업들도 AI 기술·서비스 진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AI는 모두에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이 됐다. 국내외 벤처캐피털의 향후 투자 패러다임은 AI가 주도할 것이며 AI가 핵심 투자 분야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벤처캐피털의 AI 관련 투자는 내년에 더욱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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