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기계공학의 융합으로 로봇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자동화의 이름으로 다양한 기계가 발명되고 기술발전에 힘입어 진화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 대신 일을 하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인간이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일을 하는 로봇이란 무엇일까. 로봇의 개념과 정의를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강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영화 철학자 김숙 박사가 진행하는 고인돌 2.0 강좌 ‘로봇으로 철학하기’이다. 총 4강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좌는 1강 현대적 신화, 로봇의 출현, 2강 인간과 로봇의 경계, 3강 기계 지능 속의 유령, 4강 로봇, 포스트 휴먼? 등으로 진행된다.
김 박사는 로봇의 시대에 철학적인 물음을 던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철학이란 X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학문입니다. 과거에도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있었어요. 도깨비, 골룸 등으로 모두 신화와 같은 이야기 속에 존재하였죠. 그렇다면 로봇은 현대사회에 과학기술의 가면을 쓴 신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현대사회에 로봇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사고와 통찰이 필요합니다.”
그는 SF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으로 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920년 독일에서 제작된 영화 골렘(Gomem), 1927년 제작된 독일 영화 ‘메트로폴리스’ 그리고 1977년 제작된 ‘스타워즈’ 등에 등장하는 로봇을 소개하면서 대중문화를 통한 로봇의 이미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소개한다. “영화 골렘에 나오는 비인간 캐릭터는 진흙 인형이었어요. 그러다가 메트로폴리스에는 인조인간이 등장합니다. 진흙이 대신 금속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지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R2-D2와 C3-Pro는 마치 홀쭉이와 뚱뚱이처럼 친근감있게 등장합니다.”
그는 로봇의 기원을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 찾는다. 인간세계에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 덕분에 도구를 만들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강의는 과학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개괄하면서 그 속에서 로봇이 어떻게 진화 발전했는지를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는 로봇에 대해 낙관적인 관점과 비관적인 관점이 공존합니다. 서구의 대중문화 속 로봇은 매력있는 로봇이 등장하지요. 그러나 드라마 속 로봇처럼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어요. 다만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엄청 빨라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복제인간 ‘리플리컨트’와 같은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의 종(種)이 등장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겠지요. 로봇은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과 유대 기독교 히브리즘에 뿌리를 둔 신화적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신화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한편 이번 강좌는 지난 10월 26일 공개된 ‘고인돌2.0’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 교육 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전문가들이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특히 올해 ‘고인돌 2.0’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강의를 기획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목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일상 속에서 인문학적인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울러 인문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도 풍성하다. 2020년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은 SK이노베이션, 한화생명, 농협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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